한국일보

‘달머리’ 여자들

2001-02-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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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교외에 사는 주부 A씨는 요즘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남편이 한 유흥업소 여성에게 빠져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기 때문이다. 툭하면 집에 안들어오는 남편, 뭉터기로 빠지는 돈이 모두 그 여자에게로 가는구나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그런데 적반하장으로 그 남편, 그 여자가 오히려 큰소리니 기가 막힐 뿐이다.

남편의 말은 이렇다. “그 여자 한국서 왔는데 영주권도 없고, 참 처지가 딱하다. 여기서 먼저 자리 잡은 사람이 좀 도와주는 게 뭐 그리 잘못이냐?”

A씨가 전화번호를 알아내 어렵게 통화를 해본 ‘그 여자’는 한수 더 뜬다.
“우린 서로 좋아하는 사이다. 남편 하나 간수 못하면서 와이프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


영주권 얻을 생각으로 남자들을 집요하게 유혹하는 유흥업소 여자들이 한인타운 주변에 꽤 있다는 소문을 A씨는 나중에야 들었다.

한국서 유흥업소 여성들을 미국으로 데려오고, 미국내 각 지역업소들에 배치시키는 루트가 있다는 소문은 10여년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근년들어 한인타운 주변에 이런 여성들이 너무 많다는 우려의 소리가 들린다. 한인타운내 한 호텔 여직원의 말이다.

“분명히 혼자 투숙중인 손님인데 왠 여자와 같이 방에서 내려오는 거예요. 낮에는 안나타나고 밤에만 나타나는 데, 짧은치마에 야한 화장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가지요. 호텔 커피샵에도 그런 여성들이 종종 눈에 띄어요. 실내에 선글래스 끼고 혼자 와서는 남자손님이 도착하자마자 도망치듯 나가는 것이 특징이지요”

미용실을 경영하는 B씨도 LA가 점점 문란해지는 것같다며 걱정이다.
“힘든 일은 하기 싫고 쉽게 돈 벌려고 유흥업소로 가는 여성들이 있지요. 대개 한국에서 비슷한 일을 했던 여성들인데 다들 골프를 잘쳐요. 남자들 골프 파트너, 여행 파트너 되어 주면서 돈도 벌고 재미도 본다는 생각이지요. 윤리의식이 너무 없어요”

미용실에 와서 몇시간씩 잡담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저녁 6시쯤 대여섯명이 우르르 몰려오면‘밤일’ 나가는 여성일 확률이 높다. 직업상 매일 머리손질을 해야하니 미용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예 한달 단위로 계약을 맺어 주 6회정도씩 머리를 하고 매달 250-300달러씩 내는 ‘달머리’손님들이 많다.

LA 한인타운 주변의 소위 데이팅서비스 업소는 현재 80개소로 추정된다. IMF사태로 한국의 유흥업소들이 된서리를 맞자 그 여성들이 미국으로 건너와 지난 2-3년 사이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커뮤니티의 아까운 돈과 시간, 에너지가 엉뚱한 데로 빠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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