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샤킬과 코비

2001-02-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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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칼럼

▶ 박덕만 (편집위원)

가정이나 사회나 일이 잘 풀려 나갈때는 모두들 화목하지만 꼬이기 시작하면 불화가 싹튼다. 팀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67승15패로 정규시즌 최고성적을 거두고 내친김에 월드챔피언까지 올랐던 지난해 레이커스에는 불화가 없었다. 적어도 겉으로만은 그랬다. 5일 현재 30승16패의 전적으로 웨스턴 컨퍼런스 5위에 그치고 있는 올시즌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이대로 간다면 플레이오프 1회전 통과조차 어렵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팀의 주축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의 불화까지 불거졌다.

샤킬은 92년 NBA드래프트에서 종합1번으로 올랜도 매직에 지명됐으며 96년 레이커스로 옮겼다. 7피트1인치, 315파운드의 거구인 그가 파워덩크를 구사하면 상대선수들은 피하기에 급급하다. 수비에 있어서도 그가 골밑을 지키면 파고들기가 불가능하다. 코비는 96년 고교졸업과 함께 1라운드에 드래프트돼 NBA에 직행했다. 마이클 조단에 비교되는 기량을 가졌으며 올시즌 NBA 득점왕 레이스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숲에 두 마리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옛말대로 수퍼스타급 두선수가 한팀에서 공존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다음달이면 29세가 되는 샤킬은 NBA경력 9년을 통해 스파트라이트를 받는데 익숙해져 있는 선수다. 자신에게로 집중돼 있던 조명이 나어린 코비에게 점차 옮겨지고 있는데 대해 심기가 불편하다. 올해 22세로 고교생의 치기를 벗어던진 코비 역시 이제는 스파트라이트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지난시즌 필 잭슨감독의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새로 익히기에 바빠서 미처 비집고 나올 틈이 없었던 두선수의 라이벌 의식이 올들어 잭슨감독이 자율적 플레이를 강조하면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사이 샤킬의 게임당 평균득점은 지난시즌 29점대에서 올시즌 26점대로 낮아졌고 반면 코비의 득점은 22점대에서 29점대로 올라갔다.


먼저 샤킬이 포문을 열었다. 코비가 무리한 정면돌파와 슛남발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12월28일에는 트레이드 요청까지 입밖에 냈다. 코비는 올시즌 발목이 신통치 않은 샤킬이 수비에 전력을 다하지도 않고있고 프리드로 성공률도 크게 떨어지고 있음을 내세워 불안해서 맡길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두사람의 불화는 매스컴을 통해 실제크기 이상으로 부풀려졌다. 부부,부자지간에도 함께 일하다보면 불협화음이 생기기 마련인데 혈기방장한 20대 선수들끼리 말다툼 한번 없으란 법은 없다. 80년대 쇼타임 레이커스의 주역 매직 잔슨과 커림 압둘자바도 초기에는 알력이 있었고 보스턴 셀틱스의 래리 버드와 케빈 맥헤일사이에도 갈등이 없지 않았다.

레이커스의 부진을 샤킬-코비 두사람의 갈등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론 하퍼, 호레이스 그랜트등 노장선수들이 많아 기동성이 떨어졌고 팀수비의 핵인 데렉 피셔가 부상으로 장기결장하고 있다. 말썽꾸러기 J.R. 라이더의 영입도 팀의 화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수치상으로 분석해보면 게임당 득점은 100점대로 지난시즌이나 올시즌이 같은데 상대팀에 대한 득점허용은 92점대에서 97점대로 높아진 점에서 부진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레이커스 수비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약해진 것이다. 올시즌 레이커스의 수비는 NBA 29개팀중 25위다.

두사람의 갈등해결에는 다른 처방이 필요 없다. 오는 11일 올스타게임이 끝난 뒤 속개될 후반전에 레이커스가 분발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NBA 챔피언십 2연패를 이룩한다면 그동안의 갈등을 말끔히 잊고 지난해 처럼 다시 한번 얼싸안고 기뻐하는 샤킬과 코비의 모습(사진)을 볼 수 있을 것이 틀림없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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