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99점 받으면 1점은 어디 갔니”

2001-02-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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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광<노던 콜로라도대 미술대학 교수>

얼마전 북가주에 있는 딸로부터 재미있는 e-메일을 받았다. 대학 캠퍼스 내에서 아시안 학생들이 쓰기 시작해 “아시안만을 위해서”라는 제목으로 연쇄적으로 전해지는 글이라고 한다. 메일을 받은 사람들이 저마다 몇가지씩 추가해 점점 길어졌다고 하는데 글 내용이 재미있어서 한참 웃으면서 읽었고 늦게나마 여러가지 아이들에게 미안한 점, 몰랐던 일도 알게 되었다.

딸은 e-메일을 보내면서 우리 부부에게 맞는 부분이라며 하이라이트를 해서 보냈다. 내가 보니 정말 지적된 사항들중 2/3정도는 우리에게 해당이 된다. 우리는 내년이면 미국생활 40년이다. 딸과 아들이 미국에서 출생했고 우리 부부는 원래 유학으로 미국에 와서 그냥 주저 앉았다. 나와 아내 모두 대학에서 25년을 가르쳤는 데도 이번에 딸이 보낸 아시안 만을 위한 조크를 보니 새삼 깨달아지는 점들이 많다.

한국일보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서 2세들이 1세 부모들에게 바라는 것, 1세들이 2세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것등 두 항목만을 뽑아 소개한다.
우선 2세들이 1세 부모들에게 바라는 것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이들의 귀가시간을 저녁 7시로 하는 건 좀 지나치다. 그 보다는 좀 여유있게 잡아준다.


둘째, 학교에서 99점을 받아온 아이에게 나머지 1점은 어디 있느냐고 묻지 않는다.

셋째, 자녀가 옷입고 나올때마다“아유, 참내”하지 않는다.

네째, ‘하바두’‘예일’‘푸린수톤’외에는 학교도 아닌 것처럼 너무 강조하지 않는다.

다섯째, 자식의 이런 저런 내밀한 얘기들을 커뮤니티에 대고 광고를 할 필요는 없다.

여섯째, 자녀가 이공계통 전공을 안하면 “도대체 장래에 무얼 하려고 저러나” 너무 걱정하지 않는다.

일곱째, 아이들 머리를 집에서 깍아줘서 아시안 아이들 머리모양은 다 똑같다. 미장원이나 이발소를 정해준다.

여덟째, 사람 보는 눈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자녀의 데이트 상대를 나서서 구해주는 일은 하지 않는다.


아홉째, 자녀와의 대화에서 “너 아직도 공부 안했니?” 외의 다른 말들도 좀 해보자.

열째, 자녀의 친구가 21살만 넘으면 보는 사람마다 붙잡고 “너 아직 여자/남자친구 없니?”하고 묻지 않는다.

다음은 1세부모들이 2세 자녀들에게 바라는 것. 2세들이 보는 관점이다.

첫째, SAT는 1600점을 받는다.

둘째,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콘서트 기악가 수준으로 연주한다.

세째, 유명한 대학 27개정도에는 입학원서를 내고 모든 데서 입학허가를 받는다.

네째, 아이비리그 대학에 들어가고 학비를 충당할만큼 장학금도 받는다.

다섯째, 취미는 4가지를 갖는다. 공부, 공부, 피아노/바이얼린, 그리고 공부.

여섯째.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전화하는 건 질색으로 여긴다.

일곱째, 웨스팅하우스 장학생, 대통령 장학생을 거쳐 마침내는 로즈 장학생이 된다

여덟째, 장래 희망으로 뇌수술전문의가 되고 싶어한다.

아홉째, 코리안아메리칸 의사와 결혼해 완벽하고 성공적인 자녀를 낳아 엄마 아버지를 조부로로 만들어 준다

열째, 부모의 어린 시절 이야기 듣기를 좋아한다. 특히 신발없이 20마일씩 걸어 학교에 다니던 이야기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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