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태인 1백년사가 주는 교훈

2001-02-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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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영창<언론인>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정통파 유태인인 조셉 리버맨 상원의원이 지명되자 재미 유태인들이 세간의 화제에 올랐었다. 더욱이 선거결과 고어, 리버맨팀이 독특한 미 대통령선거 방식 때문에 패배는 했으나 전체 투표수에서 54만표나 더많이 받은 사실을 놓고 유태인들의 저력이 드러난 것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고어가 리버맨을 부통령후보로 선택하기 전에는 여론조사에서 부시당선자에게 계속 밀리고 있었다. 미국속의 한인들은 제2의 유태인이라는 소리를 듣고있는 터에 재미 유태인들의 실상을 살펴보고저 한다.

유태인들이 미국에 발을 디딘 것은 컬럼버스의 미대륙 발견(1492년) 때 부터였다고 하나 이들이 미국에 본격적으로 이민오기 시작한 것은 1백년전인 1900년대 전후부터였다. 1776년 미독립전쟁이 발발할 당시 2,000명이었던 이들이 1900년에는 1백만명으로 증가했고 현재는 약 6백만명으로 늘어났다. 러시아와 동유럽에서의 극심한 유태인 차별이 주요요인이 되었다.

주로 뉴욕을 중심으로 정착한 이들은 다른 소수민족과 마찬가지로 주류사회의 견제와 차별을 견디면서 꾸준히 성장, 현재는 미국속에서 가장 성공한 소수민족으로 자리잡았다. 이들이 맨먼저 두각을 나타낸 분야는 사업분야다. 행상과 동네 스토어에서 출발했던 유태인들은 동족들의 결속과 그들의 전통적인 상술을 통해 연쇄점과 백화점분야의 패자가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광범위한 영역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2세들을 앞세워 의사, 변호사, 교수, 엔지니어 등 전문분야에 진출했고 3세에 이르러서는 연예계, 언론, 정계진출에 성공, 미국에서 확고한 위치를 구축했다.


유태인은 클린턴 행정부때 장관 5명, 상원의원 10명, 하원의원 23명 대법원판사 2명이 나왔고 미전체인구의 3%인 이들이 미국에서 노벨상을 받은 인사중 25%를 점하고 있다. 그리고 워싱톤 포스트, 뉴욕타임스 같은 유력지와 주유 방송국도 유대계의 소유로 알려졌다. 이 사회의 정책과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정치권력과 언론이다. 유태인사회가 가장 관심을 두는 곳도 바로 이런 분야다. 민주당이 지난 선거에서 승리하여 리버맨이 부통령이 되었다면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수난의 민족’이란 대명사로 통했던 유대민족이 세계의 패권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재미한인들에게도 큰 격려가 되고 자극이 될 것이다.

전세계 유태인 1천3백만중 모국인 이스라엘에 450만 미국에 600만 나머지는 세계도처에 흩어져 살고 있다. 미국의 유태인들은 숫자로도 제일 많고 영향력도 커 세계 유태인들을 이끌어가고 있다. 1948년 건국된 이스라엘도 재미 유태인들의 ‘작품’이라해도 지나치지 않을만큼 이스라엘의 ‘탄생’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뉴욕에 소재한 아메리칸 주이시 커미티는 올해로 1백년째 매년 아메리칸 주이시 년감을 펴내고 있는데 이 년감에는 미국내의 유태인 문제 뿐 아니라 이스라엘과 세계 곳곳에 산재한 유태인 공동체(디아스포라)들의 관심사와 그들이 속한 나라의 주요정책중 유태인들과 관련이 있는 것들을 사계의 권위자들로 하여금 집중적으로 조사케하여 게재하고 있다.

미주한인들의 숫자가 2백만이다. 우리들 앞에는 미국땅에 우리문화를 접목시키고 주류사회의 주인이 돼야할 과제가 있고 뒤에는 부모형제를 기른 분단된 모국이 있다. 세계의 유태형제들을 돌보며 모국을 탄생시킨 재미 유태인들의 지난 1백년의 행적이 재미 한인들에게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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