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형 지능범죄

2001-02-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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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H씨의 처남이 이민수속을 밟은 것은 퍽 오래 전 일이다. 10년도 훨씬 지나 막상 인터뷰까지 했으나 처남 가족은 비자를 받지 못했다. 재정보증인인 H씨의 보증 능력이 문제가 된 것이다.

부랴부랴 다른 친척의 재정보증서를 첨부해 다시 보냈으나 역시 곤란하다는 대답이었다. 처남 가족의 이민수속건은 결국 공중에 떠 뒤늦게 변호사를 산다며 난리를 치고 있으나 여전히 조마조마한 마음이다.

재정보증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아 H씨는 극빈자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미 주류사회의 기준으로도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하고 있다. 연대로 재정보증을 선 친척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왜. 두 사람 다 자영업자로 남부럽지 않게 살만큼 장사를 잘하고 있으나 IRS에 보고된 수입으로는 직계 가족도 먹여 살리기 힘든 영세민으로 분류된 것이다. 그러니 두 사람이 연대보증을 해도 입국 비자가 안나온 것이다.


이는 절세 수준을 넘어선 탈세가 한인 사회에 얼마나 만연돼 있는가를 알려주고 있는 에피소드. 말하자면 장사, 특히 현금 장사를 하면 으레 세금 같은 것은 무시해도 좋다는 업계 풍토의 단면을 알려주고 있다.

고질이 된 탈세 풍조가 요즘 들어 또 새로운 화이트 칼러형의 공갈범죄를 낳고 있다는 소식이다. 절세, 아니 탈세를 통해 돈께나 만지게 된 고객이 거래를 끊으면 탈세에 일조를 한 사람이 비리를 고발하겠다며 협박하는 일이 심심지 않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타운 내에서는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모회사의 경우가 바로 대표적 사례. 이 회사는 거래 CPA사를 바꾸었다가 세금문제 등 내부 비리를 당국에 알리겠다는 협박에 상당한 애를 먹었다.

이와 관련된 타운 업계의 요즘 새 유행은 회계업무를 내부의 회계조정관에게 맡기는 것이다. 규모가 웬만큼 커진 업체라면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도입하고 있는 이 시스템의 주목적은 외부에 세금 문제 등을 맡겼다가 협박당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이같은 유형의 공갈협박은 그런데 이미 당국에도 알려진 모양이다. 벌써부터 관계 당국으로부터 경고 시그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악덕 CPA사들이 과거의 고객이나, 또 다른 회계회사로 거래를 옮기려는 고객에게 비리를 폭로한다며 협박을 일삼고 있다는 진정이 쌓이고 있습니다" 당국자의 말이다. 이 말은 당국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나저나 이런 한인타운이 저들에게는 어떻게 비쳐질까. 이민 사기에, 탈세에, 또 교묘한 공갈협박에… 온갖 지능 범죄의 온상지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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