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원괴담

2001-01-31 (수)
크게 작게

▶ 이해광 차장<경제부>

미 기업들의 감원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한 감원물결은 새해 들어서도 멈출 줄 모른다. 오히려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미 루슨트 테크놀러지, AOL 타임워너, 월풀,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내노라 하는 기업들이 비용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이유로 감원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감원과 더불어 경영상태가 나빠지면서 경비절감을 위한 ‘짠돌이’ 경영에 나서는 기업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대형 의료보험업체인 애트나사는 사무실에 비치된 커피를 유료화 하기로 했으며 대량감원을 발표한 루슨트 테크놀러지는 출장직원들에게 고급호텔 사용을 제한하고 장거리 여행외에는 항공기 비즈니스클래스 이용을 금지했다.

온라인 증권사인 찰스스왑은 한술 더떠 봉급동결을 선언하고 여기다 사내 잡지 구독까지 중지시켰다. 제록스사의 비용절감책은 심하다 싶을 정도. ‘꼭 필요한’ 경우를 빼곤 직원들의 복사기 사용을 제한했으며 생수 공급도 중단시켰다. 기업들이 사소한 부분까지 건드리는 초긴축 경영에 돌입한 것을 보면 경제가 침체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징후로 보인다.


한인업체들의 경우 한인경제가 주류사회보다 체감경기가 늦게 오는데다 감원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의 큰 기업들이 없다는 점 때문에 아직까지 뚜렷한 감원바람이 감지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사람구하기가 힘들었던 일부 업종들은 채용이 활기를 띄고 일부 업체들은 미 기업의 감원바람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차고 넘치는’ 우수한 1.5~2세들의 지원이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한인업체 대표도 "그동안 미 기업에만 몰렸던 우수한 한인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경기침체는 있어도 불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란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종전에 비해 경기가 하향국면으로 진입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한인사회도 경기침체에 대처할 차분하고 확실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한인타운에는 지난 90년대 부동산 가격 폭락과 폭동 등 어려움속에서도 굳건히 비즈니스를 키워나간 한인들이 많다. ‘어차피 비즈니스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면 넓은 시야를 갖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서 한인업체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감원괴담’에 시달리는 우울한 한해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