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통령 인기는 경제가 만든다

2001-01-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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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선우<변호사>

미국 경제지수가 나빠지고 있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그 측근을 불안스럽게 할 것임이 틀림없다. 빌 클린턴의 1992년 대선구호가 “경제가 제일이다. 이 바보야”(It’s economy, Stupid)였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임기 8년동안 여성과의 관계에 대한 추문들만이 아니라 화이트워터 사건등 주지사 시절의 부패 연루설 그리고 백악관의 링컨 베드룸을 여관처럼 만들다시피 한 정치자금 모금 등의 스캔들 투성이였지만 클린턴의 정치인기는 끄덕도 없었다. 다 경제탓이다. 임기중 균형예산으로 예산적자를 없앴고 실직률이나 통화팽창율에 있어서도 30여년의 최근 역사에 있어서 최저를 기록한 그의 경제정책의 공로이다. 물론 1999년말까지의 중권시장의 호황등 경기호조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 이샤회 의장의 통화정책, 공화당 상·하 양원 다수의 협조, 그리고 민간 부분의 큰 역할 등이 요인들로 작용했지만 최고위정자에게 공이 돌아가게 마련이라 클린턴은 참 억세게 재수좋은 정치인이라고 할수 있다.

한국 정치도 마찬가지다. 민주화에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공적이 있었다지만 김영삼씨의 대통령 임기가 실패작으로 꼽히는 이유는 1997년 IMF사태 때문이었다. 또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집약되는 김대중씨의 치적도 경제개혁과 부정부패 퇴치에 있어 실패함으로써 다가오는 경제위기 앞에서는 퇴색할 수밖에 없어 그의 국내 인기는 추락되고 있다.


부시의 신승 때문에 경제가 나빠진 것은 아니다. 나스닥 증권시장만 하더라도 인터넷 경제와 닷컴 경제다 해서 천정부지로 올라갈 것이라는 일부 낙관론자들의 분석 때문에 작년 3월에는 5,000까지 올라갔던 지수가 이제는 2,200대로 폭락한 것이 부시의 취임이전의 일이다. 하지만 금년도 경제가 나아지지 않는한 원망을 들을 사람은 클린턴이 아니라 부시일 것이다.
증권시장의 90년대 호황은 경제 과실 분배의 불균형을 더 심화시킨 것 같다. 컴퓨터다 인터넷이다 해서 20,30대의 백만장자들을 양산시켰지만 실리콘 밸리 등의 부동산 가격을 천정부지가 되게 만들어 보통 월급쟁이들의 주택난을 초래한 것이 한 예일 것이다.

그리고 90년대 후반의 나스닥 지수의 승승장구에 겹쳐 2000년말에는 뉴욕증시 다우존스 지수가 3만6,000이 되고 나스닥 지수는 1만이 된다는 낙관적 분석가들의 예측에 현혹이 되어 증권시장에 손을 댄 개미군단의 군소 주주들의 손해도 대단하다. 99년말에 가지고 있던 주들의 총액이 10만달러였다면 작년말 총액은 그 절반이나 3분의 1정도로 줄어든 예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2000년 1년동안 증시의 하락으로 본 손해는 전체적으로 3조달러였다는 계산이다. 임기 4년동안 증시가 계속 죽을 쑤고 실직률이나 통화팽창율이 높아지기라도 한다면 부시는 자기 아버지의 전철을 밟아 단임으로 백악관을 떠나게 될 것이다. 공교롭게도 존 애담스 제2대 대통령과 그의 아들 존 퀸시 애담스(제6대)도 재선에 실패한 사람들이다. 그런 역사의 되풀이를 피하려는 부시대통령의 노력을 주목해볼 수밖에 없다. 역시 위정자의 정치인기는 당시의 경제상태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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