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온돌방’전세냈나

2001-01-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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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춘자<글렌데일>

LA한인타운에 위치한 스포츠 클럽에 몇년째 다니고 있다. 미국업소에 비하여 회비가 좀 비싸지만 여러모로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편안함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장판 온돌방이다. 옛날 임금님이 즐겼다는 옥으로 만든 옥돌방과 서민이 즐긴 진흙 온돌방은 온도가 높아 어쩌다 이용하지만, 장판 온돌방 만큼은 언제나 따스한 봄날처럼, 또 갓 태어난 병아리의 체온처럼 따뜻하고 포근하여서 한인타운에 나와 시간 처리가 힘들때는 꼭 들른다. 잠깐 자기도 하고, 책도 읽고, 심지어는 한두줄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런데 때때로 공공질서를 무시하는 회원들을 만나게 되면 잠은 고사하고 한숨이 나올때가 많다. 방안에서 마시지 말아야할 음료수를 마시지 않나, 김밥 등을 갖고 들어오지 않나, 핸드폰은 소리도 제각각 유별나지 않나 주의 사항이 붙어있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핸드폰과 페이저는 떨림으로 작동시켜놓아도 충분할텐데 굳이 주위 사람을 신경쓰게 한다.


또 3-4명이 같이 들어와서는 옆에서 조용히 자는 사람이 있어도 양해도 구하지 않고 사담이 줄줄이다. 이럴 때마다 정말로 한숨뿐이다. 그래도 이곳을 이용할 정도라면 경제적으로나 학력면에서나 어느정도 수준이 있으리라 짐작이 되는데 탈의실에 나오면 자기가 쓴 타월도 바닥에 그대로 둔채 자기몸만 단장하고 나가는 사람이 십중팔구란다. 빗이란 빗은 다 고무줄로 묶어서 도망못가게 해놔도 수없이 없어져 버린다는 관리인의 말이다.

어떤이는 얼굴 맛사지를 한다고 인디언 추장같은 얼굴로 누워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줄수있는 요상한 칼러의 팩을 범벅으로 얼굴에 칠하고 있는 모습을 볼때, 내얼굴만 예뻐지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누가 고쳐 줄지 의문이다.

꼭 하고 싶으면 칸막이가 된 정해진 침대에서 돈을 주고 전문 피부 관리사에게 맡기면 여러사람 눈에 띄지 않고 좋으련만.

근래 찬 비가 가끔씩 내리니 장판 온돌방이 더욱 생각난다. 오늘도 비가 오기에 아늑한 고향같은 장판 온돌방을 찾아본다. 어느 구석에선가 “사모님” “권사님”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못되어도 기독교인이 60%는 될것 같은 이 공공장소에 몇년을 봐도 위의 풍경들은 개선된 것이 하나도 없다. 교인들이 솔선수범하여 공공질서를 잘 지키는 것을 보여만 준다면 나머지 회원 40%는 눈감고 전도할 수 있는텐데. 흩어진 수건 몇장을 집어서 통속에 넣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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