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주선거를 지원하는 이유

2001-01-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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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토마스 캐로터스, (워싱턴 타임스 기고)

미국 정치분석가들에게 있어서 해외에서의 자유, 공정선거 실시를 장려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을 비난하는 일은 하나의 유행이 되어 왔다. 이들은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시되는 선거는 비민주적 지도자를 탄생시키거나 인종갈등을 유발시키고 국가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척박한 토양에서 치러지는 선거에 이상을 부여하려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는 몇몇 나라에서 선거를 통한 민주화가 이뤄졌다. 그중 하나가 멕시코다. 비센테 폭스가 70년 장기집권의 제도개혁당을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멕시코 민주화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했다. 1980년대 말부터 점진적인 정치 자유화가 진행된 결과 역사적 변화를 이뤄낸 것이다.

세르비아에서는 철권 유혈통치를 해온 슬로보단 밀로세비치가 선거를 통해 자신의 집권을 확고히 하려다가 실패했다. 1라운드에서 승리한 도전자 보지슬라브 코스튜니카를 인정하지 않자 온 나라가 밀로세비치에 대항해 일어섰고 밀로세비치는 2주일만에 권좌에서 쫓겨났다. 여기서도 선거는 민주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 구실을 했다.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 리대통령도 지난 4월 총선을 통해 집권연장을 노렸다. 그의 정적인 알레한드로 톨레도는 부정으로 점철된 선거에 기권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후지모리의 선거 사기행위는 국내의 저항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불러일으켜 후지모리는 결국 대통령직을 내놓고 말았다.

지난 12월의 선거결과 제리 롤링스 가나 대통령의 20년 통치가 평화적이고 질서 있게 끝났다. 롤링스 정권은 독재정권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민주화를 지향했다. 멕시코의 경우처럼 지배층이 점진적으로 민주화를 실현함으로써 민주적 정권이양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선거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부시 정권 출범에 즈음하여 미국이 그 가치관을 해외에 전파하려는데 대한 논란이 새로워지고 있는 가운데 위에 언급한 네 나라의 케이스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네 나라의 민주화가 기본적으로는 국내정치토양의 변화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미국이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멕시코를 북미주 자유무역협정(NAFTA)에 끌어들임으로써 멕시코의 집권층으로 하여금 자유화를 위한 방향으로 나가도록 압력을 가했다. 미국이 공정선거를 부르짖는 멕시코의 민간기구에 자금을 지원해 준 것도 멕시코 민주화 과정에 간접적 기여를 한 것이다.

세르비아에서도 미국은 민간 및 정치활동가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함으로써 밀로세비치에 대항할 정치세력을 키워냈다.

미국정부는 또 마약전쟁에 대한 협력의 대가로 오랜 세월 지원해 왔던 후지모리에게서 등을 돌리고 페루의 민권그룹과 시민단체를 지원했다.

지난 1998년 미국대통령의 사상 첫 가나방문은 가나의 민주화과정에 많은 역할을 했다. 가나선거위원회에 대해 많지는 않지만 지속적 지원을 해준 것이 효과를 거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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