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최고사령탑에서 상원의원의 남편이라는 ‘한직’으로 물러난 빌 클린턴 전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한동안 엇갈릴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모두가 인정하는 바가 있다. “롤러코스터 같던 재임 8년을 어떻게 버텨냈을까. 참 대단하다”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책임이 막중하다는 미국대통령직을, 재임기간 내내 스캔들 덮느라 신경을 분산하면서 수행했으니 클린턴은 최고난도의 일을 최악의 조건에서 수행해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낯이 뜨거워서라도 두손들었을 상황이 여러번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많이 외국을 순방하고, 회담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지칠줄 모르고 일을 했다. 그 힘이 어디서 나왔을까. 답은 얼마전 그가 퇴임인사로 한말에 들어있다. “앞으로 나보다 훨씬 나은 대통령이 나올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나만큼 신나게 업무를 수행하는 대통령은 아마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가 얼마나 일을 즐겼는지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의 한 컬럼니스트가 쓴 글에도 소개되었다. 마지막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클린턴에게 이 컬럼니스트가 “여행이 어땠느냐?”고 물었다. 가벼운 인사말이었는데도 클린턴은 베트남, 파키스탄 같은 나라의 국민소득부터 정계 지도자들의 성향, 앞으로의 정치전망등을 일사천리로 설명하는데, 그 정확성과 열정이 미국 보통남자들이 프로풋볼 이야기할때 같더라고 그는 감탄했다.
과학의 발달로 우리가 누리는 기쁨은 크게 두가지이다. 전혀 알지못하던 세계를 과학이 열어 보여줄 때의 혜안의 기쁨, 그리고 이미 알고있던 것을 사실로 입증해줄때 “아하, 그렇구나”하는 이해의 기쁨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말이 씨가 된다”는 진부한 말들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다는 연구결과들은 후자의 기쁨에 해당된다.
뇌에 대한 연구가 진전되면서 마음과 몸이 별개가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마음’이 사실은 몸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그 사람의 삶을 좌우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생각을 하면 뇌가 활동을 하면서 에너지가 필요해 단백질 분해현상이 일어난다. 그런데 이때 같은 상황이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단백질이 베타 엔돌핀 같은 몸에 유익한 호르몬으로 분해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같은 해로운 물질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분좋게 살면 계속 좋은 호르몬이 분비돼 건강과 젊음이 유지되고, 늘 생각이 비관적이면 해로운 호르몬이 넘쳐 노화가 촉진되고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병에 걸리게 된다. 인간은 기분좋게 살도록 만들어진 존재라는 결론이 나온다.
공자는 인생을 3단계로 보았다. 아는(知) 단계, 좋아하는(好) 단계, 즐기는(樂) 단계이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는 말로 인생의 가장 높은 차원은 즐기며 사는 삶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피아노 치는 법을 알려면 우선 배워야하고 그러다 연륜이 쌓이면 피아노의 맛을 알아 좋아하게 되고, 거기서 더 깊은 경지에 이르면 비로소 피아노를 즐기는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인생을 평가하는 데는 여러가지 기준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일’이다. 매일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계산하면 일이 그 사람의 인생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는 일을 좋아하면 그만큼 즐거운 인생이 될수가 있는 것이다.
에디 머피가 출연한 코미디 영화중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왕자가 미국에 와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있었다. 왕자가 어떤 아가씨에게 반해 그 집에서 운영하는 패스트푸드 식당 청소부로 취직하는데 왕자는 그 여성을 가까이서 볼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즐겁다. 그래서 바닥 닦고 쓰레기 버리는 일을 어찌나 신나게 하는 지 “청소일을 당신처럼 즐겁게 하는 사람은 생전 처음 보았다”는 칭찬을 듣는다.
어떤 일이냐가 아니라 어떤 자세로 일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지긋지긋한 일 얼마나 더 계속해야 하나”하며 한발은 딛고 한발은 뺀 자세로 일한다면 그 인생은 불완전 연소의 인생이 된다. 연료는 연료대로 허비하면서 화력은 약하고 검은 연기만 난다. 새파랗게 불타는 완전연소의 인생을 구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