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린스펀 발언, 해석이 중요하다

2001-01-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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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의회 청문회 증언에서 감세안 지지 발언을 함으로써 의회의 감세안 논란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부시 대통령은 그린스펀 의장의 이같은 발언이 그가 내놓은 10년간 1조6,000억달러 감세안을 액면 그대로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될 것이다. 감세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감세의 폭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가 따라야 한다. 그린스펀 본인도 감세의 폭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런 입장을 표명한 사실에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 그는 또한 재정정책만이 경제를 되살리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부시 행정부의 주장에도 이의를 보였다.

그린스펀은 계속 누적되고 있는 흑자 재정 전망에 대해 언급하면서 10년후 에는 감세와 국가부채 상환, 두 가지 모두를 이룰 수 있다는 전망이 이제는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두 가지 목적중 하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게 그린스펀의 판단이었다. 그가 이같이 흑자 전망을 상향조정한 것은 노동생산성이 괄목할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스펀은 앞으로 10년 동안 또다시 5조달러의 연방예산 흑자 누적분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 감세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나친 장밋빛 일색의 흑자 전망들에 대해 경고의 입장을 보였다. 예상되는 흑자의 폭을 현재로서는 정확히 전망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린스펀은 또 예산 전망이 지닌 불확실성 때문에 장기적 세금정책은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의회는 그러므로 감세 방안을 강구하되 상당히 조심스럽게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다. 민주당 지도자들은 이미 일부 감세안에 대해 지지 입장을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감세안에 대한 폭넓은 초당적 지지를 끌어낼 있는 타협안 마련을 위해 현명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만일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의 증언을 멋대로 해석해 민주당은 물론이고 일부 공화당의원들조차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감세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면 아주 귀중한 기회를 저버리는 결과만 초래하게 될 것이다. 과도하지 않은 감세가 최상의 치유책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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