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례한 전도’ 이유가 있다

2001-01-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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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스 한(회사원)

스님이 쓰신 기독교인들의 예의없는 전도행위에 대한 글을 읽고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와 함께 그 전도자가 왜 그리 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먼저 오해를 피하기 위해 나는 그 전도자가 누구인지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미리 밝혀둔다. 아울러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믿는 바를 지킬 자유가 있으며 남의 신념이나 신앙생활을 방해할 권리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나는 그러한 신념의 소유자를 존중하는 사람중의 하나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러나 다른 한편, 기독교의 진리를 믿는 사람으로서 그 전도자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기에 그 전도자를 위해, 아니 모든 기독교인들의 전도행위에 대해 변호하고 싶은 심정이 간절하다.


기독교인들이라고 모두 그처럼 무례할 정도로 대담한 거리 전도를 하는 것은 아니다. 대개 그런 배짱(?)을 가진 분들은 그들의 인생행로에서, 또는 신앙의 여정에서 남다른 특별한 경험을 하였거나 그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어떤 계기가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믿고 있던 신념이나 생활 철칙같은 것들이 어느 순간 무너지며 이 길만이 진정 사는 길이라는것, 이 길을 가지 않으면 종내는 파멸하고야 만다는 것을 뼈아프게 체험했던 것이다. 자신은 지금까지 잘못된 길을 가면서 인생을 헛되이 살아 왔다는 뚜렷한 자각, 그러기에 자신처럼 파멸의 길로 가고 있는 사람들을 생명의 길로 바르게 안내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그들을 거리로 내몰고 심지어 무례할 정도의 전도행위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들의 눈에 다른 길로 가는 사람들은 마치 거친 홍수에 떠밀리며 죽어가는 피해자들처럼 보인다. "그냥 놓아두면 그들은 분명 죽고 만다. 저들을
건져내야 한다" 기독교인들은 이런 절박한 심정으로 전도를 하는 것이다. 물에 빠져 죽어 가는 사람을 건지는 일에 예의를 갖출 여유가 없다고나 할까?

"상대방이 원하든 원치 않든 우선 건져 놓고 보자. 그것이 인간의 도리며
사랑이다" 라고 믿는 것이다.

무례한 전도 행위가 "무례보다, 조그만 마음의 상처보다 더 큰 생명을 건지기 위한 사랑" 때문임을 알면 무례함을 당하신 분도 조금은 마음을 갈아 앉힐 수 있으시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 기회에 기독교인들도 전도할 때에 좀 더 신중을 기하는 지혜를 터득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생명을 살리는 선한 동기라 할지라도 상대방이 혐오감을 먼저 느낀다면 그 생명의 줄이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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