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담 없는 교회 생활

2001-01-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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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영<본보 뉴욕지사 논설위원>

불경기 탓인지 사람들의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인지 어디를 가도 편치 않아 보인다. 교회를 찾는 사람들도 소망 대신 오히려 피곤함을 안고 돌아오는 경우가 있는 모양이다. 교회들이 너무나 신앙생활을 의욕적으로 하다보니 이에 따르지 못하는 교인들은 자연히 위축감이 들 수밖에. 한인 다수가 믿는 교회만 보더라도 ‘성전을 짓겠다’ ‘기도원을 짓겠다’ 성화(?)가 야단이니 어디 웬만한 사람은 교회생활이라도 마음놓고 편히 할 수 있을까.

한주 내내 일하다가 주말에 겨우 시간을 내 교회에 가보면 오히려 위안은커녕,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는 사람도 있다. 주일헌금에다 십일조, 감사헌금, 특별헌금, 성전 건축기금, 전도회비, 선교기금, 청소년사역기금, 회식기금, 미화기금... 그 종목도 다양하다. 돈을 척척 내는 교인들은 힘을 얻고 마음에 기쁨을 얻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맥빠진 기분이 되는 경우가 없지 않다는 주장도 있는 게 사실이다. 헌금이란 당연히 기쁨으로 해야 되는데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터인가 그런 분위기가 흐려져 제대로 못하는 교인들은 좌절감과 패배감에 교회 출석을 그만두는 교인들도 종종 생겨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일부라고는 하지만 목회자들이 하도 금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다보니 일반 교인들은 물론, 직분자들까지도 보이지 않는 중압감에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고 한다. 통계적으로 볼 때 지금 한인사회는 형편이 인도 다음이고, 물론 필리핀만도 못하고 일본, 중국계보다는 두말할 나위 없이 뒤떨어져 있는 상태다.


한인들이 집단으로 몰려하는 봉제업계나 브로드웨이, 수출업계는 물론, 다수의 한인들이 종사하는 세탁업계가, 그 중에서도 맨해턴 지역이 특히 된서리를 맞고 있다. 가장 많은 한인이 종사하는 네일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심한 법규 및 정책, 타민족의 죽기살기 식 덤핑 덕분에 상당수가 제자리를 잃고 있는 지경이다. 이런 상황을 견디다 못해 문을 닫은 한인들 가운데는 새로운 업종을 찾기 위해 부동산 문턱을 불이 나게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들린다.

맨해턴의 한 부동산 업자는 “요즈음 사업에 실패해 가까스로 남은 돈 20만~30만달러를 가지고 어떻게든 새 길을 찾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한인들이 상당히 많다”고 전한다. 더구나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 미국 경제가 점점 하강국면에 접어들면서 호전되기까지에는 적어도 1~2년이 걸릴 것이라고 하니 한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같은 어려움은 은행 창구나 식당, 부동산 업계에서 제일 먼저 피부로 느끼게 마련. 그들에 따르면 동포 경제도 이제 어느덧 한계점에 달해 있음을 인지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우리는 중국이나 일본인과 같이 값싸고 특성 있는 제품이나 식품 개발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이다. 2세들의 경우도 가능한 한 진로를 면허가 있는 기술이나 전문분야로 택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놓여 있다. 지금 우리 형편은 어딜 가도 어렵다. 그런데도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교회를 찾은 교인들이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생긴다면 좀 생각해 볼 일이다.

종교 지도자들은 이 어려운 세파에 교인들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더 큰사랑과 믿음, 영의 양식을 듬뿍 주는 일에 보다 더 헌신해야 할 때인 것 같다. 강건한 믿음 위에 새로운 힘을 얻은 교인들은 아마도 땀흘려 수고해 거둔 물질을 누구보다 앞서 감사와 기쁨으로 헌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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