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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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노인 상조회 추문인가

2001-01-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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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훈

이번에는 LA 한국노인상조회 추태이고 다음에는 어느 상조회 차례인가? 여론의 지적에도 아랑곳 없고 회의 쇄신이나 운영의 개선 같은 것은 노력도 아이디어도 없다. 노인 상조회의 말썽을 듣고서도 한인사회는 침묵만 지키는 것이 노인에 대한 경로 우대인가? 매월 50달러를 상회하는 상조 회비를 꼬박꼬박 납부하는 회원들은 왜 목소리가 없는가?

80년대 노인들 사이에서 이심전심 뜻을 모았으니 그것은 자기들의 임종시 장례비나마 고생하는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말자는 한국 특유의 전통적 상부상조의 뜻에서 거의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 것이 지금 우리들의 노인 상조회이다.

당시 노인들의 절대적인 호응으로 상조회는 탄생했다. 미국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조차도 고려할 틈없이 그야말로 속성으로 만들어진 것이 오늘날 상조회 합법시비의 원인이 되었고 정관 규약의 모순성을 초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힘 안 들이고 회원모집이 되는데다 회비가 들어오고 돈이 축적되자 공금을 둘러싼 말썽이 이곳 저곳에서 발생하고 회장 자리를 놓고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법정으로 비화되면 당사자들의 법 무지에 편승한 약삭빠른 일부 변호사의 농락으로 소송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고질병처럼 악순환한다. LA 한국노인 상조회의 법정 시비가 어디 이번이 처음이던가?
또 종교기관에서는 웬 노인상조회 운영인지 이 기회에 한번 물어 보고 싶다. 회원 숫자만 늘리려고 가입제한 연령도 무시하고 80이 훨씬 넘은 고령자를 가입시켜 사망률을 높힘으로써 연소 회원들의 원성을 듣고 있다.


LA 안팎에는 어림잡아 15,000 이상의 상조회원 구좌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 사람이 2개의 상조회 회원 구좌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이다. 그렇다면 이 회원들은 본인이 사망했을 경우 가입당시 정해진 금액의 상조금을 받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그 대답은 단연 아니다 이다.

현 회원수의 유지가 앞으로 어렵다는 근거에서다. 사망자는 늘고 가입회원 수는 주는 작금의 추세가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사망자가 느는 이유는 80-90년대 가입한 회원들의 고령화로 인해 사망률이 급격히 는데다 신회원 가입이 그를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 회원들은 대부분 웰페어 수혜자로 노후 대책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상조회를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처지와는 달리 장래 회원후보가 될 수 있는 지금의 노인들은 상조회에 의지 안하고도 각자 독립적으로 노후 대책을 세우고 있으며 상조회 대신 합법적인 미국 보험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의 이유로서 노인 상조회에 대한 불신을 빼놓을 수 없다. 부모가 원하지만 자녀들의 만류로 상조회 가입을 못한다는 이야기도 듣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결론적으로 더 상황이 나빠져 회원 사망시 상조금을 받지 못하는 지불 유예 사태가 더 나기 전에 모든 기존의 노인상조회의 해체와 새로운 통합을 제의하는 바이다. 그리하여 미국법에 맞는 합법적인 기구를 새로 설립하여 관리 운영권을 젊은 세대들에 맡기고 노인들은 극소수 인원의 상징적인 자문 역할만 맡자는 것이다.

우리 고유의 전통적인 상부상조의 미풍양속을 미국 문화와 법에 접목시켜 꽃 피우게 하는 방안은 없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해가 달려있는 회원들이 목소리를 내어 고질화된 노인 상조회의 모순을 성토하고 악을 추방하여 나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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