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산가족 만남 공개리에 주선해야 된다

2000-12-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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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꿈이었는지 모른다. 애절한 염원이 환상으로 비쳐진지도 모른다. 북에 두고 온 어머니. 생사조차 모르던 아들. 남과 북으로 흩어진 가족들이 꿈속에서나 그리던 혈육을 만났다. 50여년만에. 그리고 3일만에 다시 헤어졌다. 그래서 한낱 꿈이었는지 모른다"

올해는 이산가족 상봉의 기대가 그 어느때 보다 높은 해였다. 남북한 정상회담이 열렸다. 남북 이산가족의 공식 방문이 이뤄졌다. 이산가족 방문단의 만남은 짧았지만 분단의 아픔이 새삼 아로 새겨지면서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이산가족 문제는 절실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와 함께 이산가족 상봉이 여러 갈래에서 추진되어 왔다. 우리민족 서로돕기 운동본부, 이북 5도민 연합회등이 주도하고 있는 운동이다. 이 운동에는 친북단체도 참여했다. 재미동포전국연합회가 미국내 대북한 창구를 자임,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펼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운동은 그러나 요즘들어 지지부진한 느낌이다. 고향 방문단 모집, 이산가족 상봉추진 서명운동 등 구호는 요란했으나 정작 미주 한인으로 구성된 공식적인 이산가족 방문단이 공개리에 북한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들리는 것은 극소수의 이산가족이 알음알음으로 줄을 대 비공개리에 북한을 방문해 혈육을 만났다는 정도다. 그것도 적지않은 돈을 북한당국에 내고서야 북한에 생존해 있는 혈육과 상봉이 이뤄졌다는 소문과 함께.


또 다른 잡음도 들려온다. 이북 5도민 연합회가 북한고향 방문단을 모집하자 대북한 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동포연합이 ‘이북 5도민 연합회는 대표적 반북한 단체이므로 이같은 단체의 방북사업은 곤란하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모양이다. 이산가족은 무조건 만나게 해야 한다. 오랜 세월 분단의 고통속에 살아온 이들이 부모를, 자식을, 형제를 만나는 데에는 조건이 있을 수 없다. 또 이산가족 상봉은 더 이상 쉬쉬하며 비공개리에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하는 식의 이산가족 상봉은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미국내 북한창구를 자임하고 나선 이상 동포연합은 미주 한인 사회의 입장에 분명히 서서 이산가족 상봉운동을 도와야 한다고 본다. 북한측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주 한인 사회의 입장을 북한측에 적극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산가족의 만남을 주선해야 한다.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은 공개의 원칙 하에서, 투명성이 완전 보장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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