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대판 도깨비 방망이

2000-12-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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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실<방송인>

내가 아주 어릴적 엄마로부터 들었던 옛날 이야기 가운데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가 있다. 금 나와라 뚝딱 하면 금이 나오고 은 나와라 뚝딱 하면 은이 나오고…욕심많은 영감이 도깨비 방망이를 부러워하다 욕심 때문에 얼굴에 혹이 달린 이야기는 우리가 자라면서 흔히 들었던 옛날 이야기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정말 도깨비 방망이가 현실로 다가와 인터넷이란 괴물 아닌 괴물로 현대인의 삶을 주도하고 있다.

방송하는 사람에게 자료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래서 열심히 신문을 스크랩하고, 잡지를 뒤져가며 건강, 문화, 정치, 사회, 경제등 관련기사를 모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누렇게 변한 자료철을 뒤적거리며 방송 준비를 하던 때가 바로 몇년 전의 일이었는데…요즘은 전혀 자료집을 찾아볼 필요가 없어졌다. 인터넷에서 필요한 단어만 입력하면 검색과정을 거쳐 관련기사가 쭉 화면에 뜨게 된다.

어디 자료 뿐이랴!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서 하고 있는 방송을 직접 동시간대에 방송할 수 있어서 한국의 9시 뉴스를 뉴욕에서도 같은 시간에 뉴욕동포들에게 송출하고 있으며, 각종 특집 프로그램이나 기획 프로그램도 주말을 이용해 그대로 생방송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고 보면 세월이 참으로 많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시간은 기계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양식까지도 변화를 가져왔다.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문을 읽는 대신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신문과 한국내의 각종 신문, 각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통해 주요 뉴스를 접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하루 생활 가운데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며 자판을 두들기고 이메일을 보내고 생면부지 모르는 사람들과 채팅하는 맛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가끔은 사람들의 생활 깊숙히 파고드는 인터넷의 위력에 눌려 컴퓨터가 도깨비 상자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지만, 그래도 생활의 편리함과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인터넷을 외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오늘도 이민생활에 필요한 생활정보를 얻기 위해 웹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을 살펴본다.

정말 좋은 세상이다. 편리한 세상이다. 현대판 도깨비로 변해버린 인터넷이 이젠 방송 변화를 주도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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