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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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술자리

2000-12-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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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마지막 주로 접어들면서 “어서 연말이 지났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송년회, 망년회로 한주일에도 몇차례씩 술자리에 참석하다 보니 몸이 못견디겠다는 하소연이다.

처음 송년회가 시작되던 12월 초만해도 오래만에 만난 동창, 친지들과 지난 이야기 나누며 술잔을 돌리다 보면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몇주 지나고 나니 이제는 오히려 ‘술자리가 스트레스’라는 푸념들이다. 파티의 흥을 생각하면 술이 없을 수 없는데 술이란 것이 ‘적당량’에서 멈춰주지를 않으니 항상 문제다.

유태인들은 ‘술’을 악마와 연관짓는다. 어느날 인간이 포도씨앗을 심고 있는데 악마가 나타나 물었다고 한다.“무얼 하고 있는가?”인간이 대답을 했다.


“아주 근사한 식물을 심고 있다. 달고 맛있는 열매가 열리는 데 그 즙을 먹으면 아주 행복하게 된다”

그러자 악마가 “나도 끼어달라”며 양과 사자, 돼지, 원숭이를 데리고 와 죽여서 그 피를 비료로 흘려넣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포도주라는 것이다. 그래서 술을 처음 마시면 양같이 순해지고,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힘이 세지며 그 이상 마시면 돼지처럼 더럽게 되다가, 지나치게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고 노래부르게 된다고 한다.

술자리에 가보면 사람마다 술 마시는 버릇이 가지가지다. 술집을 오래 경영한 서울의 한 여주인이 술버릇에 따라 술꾼들을 분류했다. 그에 따르면 술꾼들은 대개 한량파, 실속파, 주정파로 나뉜다. 한량파란 차분하게 무드 잡으며 술을 즐기는 부류. 점잖게 이야기 나누며 조용히 술을 마시다 돌아가는 사람들로 술을 마셔도 지나치게 마시는 법이 없다.

다음 실속파는 소기의 목적을 위해 술자리를 마련하는 사람들. 술의 힘을 빌어 은근슬쩍 하기 어려운 말을 하거나 부탁을 하는 사람들이다. 대개 분위기를 잡느라 초반에 요란을 떠는 사람들이다. 같이 술마시기 정말 곤란한 사람들은 주정파. 술이 입에 들어갔다 하면 울어대는 통곡파, 취기가 돌기 시작하면 옆사람에게 싸움을 걸거나 물건들을 내던져 실내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주사파, 그리고 술을 마셨다하면 가사상태가 되도록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실신파가 이에 속한다.

술버릇이 어느 부류에 속하든 한가지만은 지켜야 하겠다. 술기운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이다. 지난주 남가주에서는 술에 취한 20대 한인여성이 프리웨이에서 사고를 내 2명이 죽고 4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상자들과 가족들이 겪는 비통함은 이루 말할수 없을 것이다. 문제의 운전자 또한 오래도록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야 할 파티가 평생의 괴로움으로 남지 않도록 ‘음주운전’에 대한 경계심을 새롭게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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