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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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레이브파티 비상

2000-12-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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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성훈 기자

지난 월요일 오후 40대 후반의 한 어머니로부터 신문사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올해 17세된 딸이 금요일 저녁만 되면 교회에 간다며 집을 나가곤 해 평소 안면이 있는 딸의 친구들을 통해 뒷조사를 해본 결과 딸애가 엄마를 교회에 간다고 속이고 대신 LA에서 1시간이나 떨어진 샌버나디노에서 열리는 레이브 파티에 간다는 사실을 알아채린 것이다.

더욱 놀란 것은 딸애가 몇몇 친구와 함께 한인택시를 잡아타고 샌버나디노까지 가는데 집을 나간지 얼마안돼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때마다 교회에서 친구와 만나 함께 교회 전도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영화관 또는 음악공연 관람을 간다고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이 어머니는 "의심이 들어 전도사를 바꾸라고 하면 택시기사가 자신이 전도사인 것처럼 전화를 받고서는 한바탕 연극을 해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며 "도대체 레이브 파티가 뭐길래 착하기만 했던 딸애를 그런 지경으로까지 만들었느냐"며 딸의 탈선을 개탄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레이브 파티가 연말시즌을 맞아 여기저기서 대규모로 열리고 있다.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300~400명 정도가 모이는 중간규모의 레이브 파티가 LA 한인타운의 한 클럽에서 매주말마다 열린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한인 10대들이 레이브 파티장으로 몰리는 이유는 이들이 술이 있는 나이트 클럽에 입장할수 없는 탓도 있지만 레이브 파티가 청소년들을 무섭게 빨아들이는 흡인력이 있기 때문이다. 온 몸에 전율을 일으키게 하는 빠르고 강한 전자음악, 수백·수천여명의 같은또래 아이들과 한 장소에서 어울리는 재미, 청소년들로 하여금 광란을 일으키게 하는 마약 엑스터시등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요소들이 레이브 파티에 너무나 많다.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딸 문제를 하소연한 어머니처럼 10대 자녀가 행선지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에 외출을 하면 일단 레이브 파티에 간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10대들을 한껏 들뜨게 하는 12월을 맞아 아무리 바쁘더라도 내 자녀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하루에 한번쯤은 점검하는 것이 부모의 의무이자 책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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