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파트 업주는 안전대책 마련하라

2000-12-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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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연말을 맞아 LA 한인 타운내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발생한 타운 범죄는 발생장소가 주로 아파트 주차장이고 피해자가 한인 여성이라는 게 특징이다. 12일 카재킹 강도에게 목숨을 잃은 남지연(20)씨는 집에 들어가려고 아파트 주차장 출입구에서 게이트가 열리기를 기다리다 변을 당했고 13일 흑인에게 성폭행 당한 여학생은 외출하려고 1층의 주차장에서 차로 걸어가다 표적이 됐다. 또 킹슬리 드라이브에 위치한 한 한인 밀집거주 아파트에서는 지난 한 달새 5건의 강·절도 사건이 발생, 주민들이 긴급 대책회의까지 열기도 했다. 80여 세대가 거주하는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달 주차장에서 4인조 강도가 한인여성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다 체포됐으며 그 이후에도 강·절도 범죄가 계속 발생, 입주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어두컴컴한 타운 아파트 주차장은 시큐리티 가드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연말 대목을 노리는 범죄자들의 온상이 되고 있다. 특히 일부 범인들은 여성이 혼자 차를 타고 지나가면 집까지 미행해 범행을 저지르기도 해 여성이 밤에 혼자 외출하거나 귀가할 때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주의해야 할 책임은 일차적으로 본인에게 있다. 그러나 요즘 같이 수많은 아파트 거주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고 같은 아파트에서 여러 차례 비슷한 범죄가 되풀이되고 있는데 아파트 소유주가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타운 아파트마다 빈곳이 없을 정도로 꽉꽉 찬데다 렌트비까지 대폭 올려 입주자들은 불만이 가득 차 있는 상태다.

한인 타운 아파트가 LA 범죄자들의 사냥터가 돼 너도나도 몰려들 경우 이는 한인 사회 전체의 손해일뿐 아니라 부동산 가격 하락등 아파트 소유주 입장에서 봐도 금전적으로 마이너스다. 1년 내내 24시간 경비를 세우는 것이 힘들다면 범죄 위험이 가장 큰 연말 연시만이라도 가드를 두거나 인근 아파트 업주끼리 순찰팀을 구성해 치안을 확보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주변 환경을 깨끗이 하고 조경이나 집수리 문제에도 입주자들의 불만이 없도록 해야겠지만 생명과 재산이 걸린 치안 확보는 이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아파트 소유주들은 입주자들이 더 이상 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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