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향락업계 비대화를 경계한다

2000-12-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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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온통 우울한 뉴스뿐이다. 한인타운 내 대형 유흥업소들이 거액을 탈세한 사실이 적발됐다. 경찰이 한인 유흥업소를 일제히 급습해 편법, 탈법영업행위를 단속하고 나섰다. 밤거리를 배회하는 10대 청소년들이 크게 늘면서 타운의 유흥가는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보도의 단편들이다. 그러나 이 단편의 뉴스들은 짜 모으면 한가지 그림이 떠오른다. 타운의 유흥업계가 날로 비대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함께 미성년자도 가리지 않는 탈법, 불법 영업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흥업소의 탈세액만 해도 그렇다. 타운내 일부 나이트 클럽등 불과 5개 업소의 탈세액이 자그마치 1,500만달러에 가까운 것으로 관계 당국이 밝혔다. 이로 볼 때 타운내 전체 향락업계에 쏟아지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는 짐작조차 어렵게 하고 있다.


타운의 유흥업소가 ‘건전한 공급’선을 넘어 과포화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지적이 아니다. 단위면적당 주류취급 유흥업소 수는 다른 타운에 비해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락업소 종사 한인 여성수도 1,000명선에 육박하고 있다. 이도 모자라 새로 생겼다 하면 카페요, 나이트 클럽이다. 또 대형 유흥업소들이 계속 들어서고 있다.

적정선의 유흥업소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밤거리에 사람들이 나오고 북적대야 타운이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나친 과밀화, 비대화에 있다. 먹고 마시고 춤추는 업소에만 돈이 몰린다면 균형적인 상가 발전에 저해가 된다. 거기다가 과밀화는 과대경쟁의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미성년자에게도 마구 술을 파는 탈법, 불법 영업행위는 과밀화가 가져온 부작용이다. 또 유흥업계의 고질인 ‘모함성 투서질’도 바로 그 부작용이다. 이번에 적발된 대형 탈세도 과당경쟁에 따른 부작용의 산물로 보여진다.

’타운의 유흥가화’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도 불러오고 있다. 퇴폐문화의 확산이다. 향락업소를 주변으로 마약, 갱범죄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10대 매춘도 예사다. 툭하면 총질이다. 술과 여자와 마약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범죄가 따른다. 그러다 보니 타운이 우범지역화 되는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망년회다, 송년모임이다. 연말은 들뜨기 쉬운 계절이다. 그렇지 않아도 유혹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한인타운이다. 이 와중에 청소년들이 밤거리를 방황하고 있다. 퇴폐성 유흥업소의 범람사태. 불야성을 이룬 유흥업소 주위를 배회하는 10대들. 연말을 맞아 심각히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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