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까이 있는 여행

2000-12-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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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백두현 기자 <스포츠·레저부>

현대인들… 특히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여행과 친숙하지 않다. 여행이란 큰맘먹고 오랜 시간을 들여 계획하고 준비과정을 거쳐야만 떠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즉 여행에 가까이 가기란 그만큼 어려운 것이며, 따라서 여행이란 흔한 기회가 될 수가 없는 것으로 결론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외로 여행은 우리와 가까이 있다. 바로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노력하고 신경을 쓴다면 언제든지 가족과 함께 즐거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잘 알고 지내는 학교 선배는 매달 한번씩은 지하철을 타고 자녀들과 작은 여행을 떠난다. 선배는 한인타운에서 다운타운을 거쳐 롱비치로 이어지는 지하철과 전차를 타고 달리면 창가에 비춰지는 LA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으며 승차요금도 1인당 3달러 내외로 매우 경제적이라고 말한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친구는 가끔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샌타바바라나 샌디에고로 여행을 떠난다. 자동차 여행도 좋지만 흔들리는 버스를 타고 바닷가 도시의 시원한 바람을 만나고 오면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한다. 여비도 점심값을 포함해 20∼30달러면 충분하다.

매일 오가는 지옥 같은 프리웨이, 온갖 차량과 부딪치며 앞차의 뿌연 매연이 쉴새없이 쏟아지는 곳… 이 곳도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작은 여행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항상 내리던 곳에서 내리지 말고 1마일 정도 더 가서 천천히 로컬로 돌아오는 것도 조그만 여행이라고 하면 너무 지나칠까?

여행은 어쩌면 우리들 각자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학창시절 한번쯤은 무작정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서 창 밖의 사람들과 풍경들을 바라보는 경험을 하지 않았던가. 이 또한 작은 여행이다. 여행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가 여행을 만드는 곳에 여행이 있으며, 여행을 꿈꾸는 시간이 바로 여행의 시작이며, 여행의 시작을 느낌으로부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유로워지며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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