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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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아들 콜린 파월

2000-12-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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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 많은 이민 그룹중 신분 상승이 가장 빠른 그룹으로 흔히 유대계가 지목돼왔다.

’2세, 3세로 가면 전문직 진출이 두드러지게 많다’ ‘미국의 언론계, 금융계등은 모두 유대계가 장악했다’ 신분상승이 빠른 유대계와 관련해 나오는 말들이다.

같은 유대계 이민중에서도 서구에서 온 그룹이 대체로 학력이 높은 편이었다. 이같이 부모의 학력수준이 높은 그룹의 2세들의 전문직 진출이 높은 것은 어느정도 기대되는 일이다. 그런데 교육수준이 낮은 동구출신의 유대인 2세들도 뒤지지않을 정도로 전문직 진출이 높다. 이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많은 전문가들은 ‘가족간의 유대관계’에 주목한다. 확실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가족 구성원들이 헌신적으로 서로 돌보는 가정의 경우 부모들의 교육수준이 낮아도 2세들의 사회적 성취도는 높다는 게 이와 관련해 내려진 결론이다.


유대계보다 뒤늦게 이 땅에 온 다른 이민그룹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발견된다. 아시아계다. 아시아계의 특징은 가족관계를 중시하는 유교적 전통이다. 이같이 전통의 가정에서 자란 아시아계 2세들의 학업 성취도가 대체적으로 뛰어나고 또 전문직 진출도 높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 건전한 가족관이 바로 그 바탕이 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따지고보면 어느 특정 민족이 선천적으로 우수한 게 아니고 건전한 가족관을 가진 이민그룹들은 대부분이 비슷한 성취도를 보인다는 이야기다.

흑인계도 마찬가지다. 흑인계중 유대계 못지않게 신분 상승이 빠른 그룹의 하나가 자메이카 이민그룹이다. 부모의 학력이 낮아도 자메이카계 2세들의 미국사회내 진출은 결코 아시아계에게 뒤지지 않는다.

이 현상은 역시 ‘가족간의 탄탄한 유대관계’로 설명된다. 비록 가난하지만 열심히, 또 정직하게 살면서 자식에게 헌신하는 이민그룹의 2세들의 사회적 성취도가 높다는 사실은 자메이커계 이민사회에서도 증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자메이커계 이민 2세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룩했다. 콜린 파월이 그 꿈의 주인공이다. 뉴욕 브롱스의 할렘에서 자메이커 이민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파월이 미국사상 최초의 국무장관이 된 것이다.

이민가정의 어려움속에서 성장해 대학에 들어가서도 C학점, D학점 받기가 예사였던 파월이 자신의 갈 길을 찾아낸 것은 ROTC장교로 임관한 후다. 이후 파월은 군문에서 꾸준히 정진, 4성장군이 되고 또 미국사상 최초의 흑인계 합참의장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는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것이다. 가난한 이민 가정의 아들 파월이 걸어온 여정은 ‘기회의 땅’ 아메리카에서나 있을 수 있는 드림의 성취과정이다.

5년후, 아니면 10년후일까. 한국계 국무장관이 탄생하는 날도 반드시 오리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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