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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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지도자들의 도박

2000-12-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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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 새파이어, 뉴욕타임스 칼럼)

지난 선거에서 가장 큰도박을 한 것은 흑인 커뮤니티 지도자들이었다.

NAACP는 반공화당 광고를 지원했으며 제시 잭슨 목사는 공화당이 집권하면 흑인사회에 희망과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민주당원들이 부시의 승리를 받아들이는 현시점에 와서도 잭슨 목사는 비공식 검표를 요구하며 굽힐 줄 모르고 있다.

선거의 승자를 표도둑으로 몰아세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흑인 커뮤니티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도박이 실책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보다는 선거를 도둑 맞았다고 몰아세우는 것이 손쉽기 때문이다. 기표를 잘못해 무효 처리된 투표용지 중 흑인표가 많았을 가능성은 있다. 흑인 유권자 중에는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에 참가한 사람도 많았고 피부색을 막론하고 처음 투표하면 실수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방 법무부가 흑인들의 투표를 막기 위해 탄압을 했다는 흑인 지도자들의 주장은 어거지이다.


이번 선거에서 흑인들의 투표율이 사상 최고로 높았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흑인 유권자들이 똘똘 뭉쳐 한 정당, 한 후보에게만 투표를 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부시가 얻은 흑인표는 전체 흑인표의 8%에 불과했다. 부시는 이미 주요 각료에 흑인을 임명하기로 했고 잭슨과의 회동도 계획하고 있는 등 흑인 커뮤니티를 끌어안기 위한 제스처를 쓰고 있으나 선거기간 하나로 뭉쳐 부시에게 등돌렸던 흑인 커뮤니티로서는 요구사항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 커뮤니티가 뭉쳐서 어느 한 후보, 정당만을 지지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지지 받는 후보측에서는 ‘내 표가 확실하니까’ 그리고 반대 후보측에서는 ‘어차피 상대표니까’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다. 마이너리티 커뮤니티로서는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닌 중간 입장에서 저울질하는 것이 가장 대접을 잘 받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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