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돈은 냉정한 생물

2000-12-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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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노형<대한증권 부사장>

올해 주식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폭동과 폭락이다. 주식투자에 관하여 일천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한인 투자가들이 짧은 기간 내에 단맛과 쓴맛을 동시에 경험하였다. 자본시장의 꽃이라고 불리는 주식시장에서 돈의 무서움을 또한 느꼈다.

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의 초기 흥행작품으로 인디애나 존스를 들수 있다. 2시간 동안 팝콘과 콜라를 먹어가면서 일상생활의 모든 상념을 떨쳐버리고 스트레스를 훨훨 털어 버릴수 있는 가족오락 영화다. 이런 철학을 갖고 만든 작품이 이 영화인데 내용중의 일부분은 일단의 사람들이 숨어있는 황금을 찾아내려는 것이다. 이 영화를 여러 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지만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맹목적으로 황금을 쫓는 자의 말로는 죽음이라고 하는 단순한 사실이다. 특히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죽음을 당한 자의 모습이 주로 눈이 불타 죽는다든지, 눈이 멀어 앞이 안보여 낭떠러지에 떨어진다든지, 눈이 창에 찔린채 죽어 미이라가 되어 매달려 있는 장면들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자가 처절하게 죽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 돈에 눈이 멀었다는 말과 상관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황금, 돈, 정말 벌기 어려운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먹고살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이다. 그래서 누구나 일한다. 모든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선의의 경쟁을 하며 때로는 싸우기까지 하며 간혹 사람을 해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돈을 목숨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한다. 돈을 많이 벌어야 자기를 움직이고, 주위 사람을 도와 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돈을 생물이라고 본다. 돈은 끊임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물체와 같다. 자유자재로 분할하고 통합되는 아메바처럼 돈은 스스로 본능적인 번식을 위하여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리고 돈은 후각이 뛰어나 돈 냄새가 나는 곳이면 국경과 시간을 초월하여 어디든지 간다. 또한 돈은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치는 법이 없다. 비록 전주가 돈이 꼭 필요하더라도 돈은 자기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가차없이 떠난다. 주인이 돈을 관리·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주인을 알아본다는 식이다. 냉정한 놈이다. 이와같은 돈의 생리 때문에 우리 모두 많은 돈을 벌려고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한다. 올해의 주식투자와 관련한 뼈저린 경험도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싶다. 이제 한인사회도 증권산업의 싹이 트기 시작하였다. 투자가들도 이제 묵묵한 인내심과 냉철한 판단력을 갖고 투자를 할 수 있는 자세를 유지해야 하고 증권산업 종사자들도 한인사회의 장기적인 증권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일한다는 사명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스스로 반성해볼 싯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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