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편하고 즐거운 동창모임

2000-12-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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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성<의사·연세대학교 남가주 동문회장>

새천년이 시작된다고 세상이 떠들석하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한해가 다가는 12월이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여러 단체들의 송년 행사들이 여기저기에서 많이 열린다. 특히 동문회(동창회)의 송년회는 유별나게 많아서 호텔 연희장은 물론 대형식당들이 시끌벅적하다. 동창회 송년 파티가 그만큼 붐비는 것은 동창들 모임만큼 마음 편하게 하루 저녁 즐길 수 있는 모임이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동문회는 동문들이 모여서 상호간의 우의를 도모하고 나아가서는 모교의 발전과 번영에 적극 협력한다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우의를 다지는 행사로는 송년 파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야유회, 골프대회, 학술대회등 여러 행사를 통하여 상호간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우의를 다지고, 사업의 정보를 교환하면서 서로를 돕는 것이다.

그중에서 송년의 밤 행사는 한해를 보내면서 동문들이 흥겹게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다. 보다 많은 동문들이 참석하도록 하기 위하여 동문회를 맡은 회장과 임원진들은 심혈을 기울여서 송년의 밤 행사를 준비한다. 여기에 쓰여지는 경비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 순서 진행에도 크게 신경을 쓴다. 2부 사회자는 누구를 초빙할 것인가, 여흥 순서는 어떻게 진행할까, 어떤 상품을 사야 회원들이 좋아할 것인가를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좋은 상품들을 마련하고 나름대로 화려한 잔치를 마련하였지만 예상보다 적은 동문들이 참석하게 되었을 때 주최측의 실망은 커진다. 어떤 모임에는 70-80%가 참석하였는데도 금전적으로 손해가 컸다고도 말하는 경우도 보았다. 동문들이 참석 못하는 경우는 이민생활이 고달파서 여유가 없다고 하는 동문도 있지만 대부분 동문회 사업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10여년 전만해도 LA의 동문회 송년파티는 가족적인 분위기로 많이들 참석하였다. 그러나 최근 2-3년 들어서는 한국의 IMF로 경제적 타격을 입어서인지, 혹은 가족적인 분위기가 많이 줄어들어 별로 재미가 없어서인지, 증가하는 동문들의 수에 비하여 참석률이 저조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렇게 모임의 참석률이 떨어지면서 혹시 회장단이 동문에게 무엇을 잘못하였나 반성하여 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설령 잘못이 있더라도 용서하고 겪려해주고 서로 의견을 나누어서 더욱 발전하는 동문회가 되도록 하는게 송년회, 혹은 망년회가 아닌가.

나는 2000년도 연세대학 남가주 동문회 회장직을 맡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면서 보람된 한 해를 보냈다. 약 4,000명의 연세인들이 남가주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추산하지만, 동문록에 수록된 회원의 수는 약 1,200명이다. 1965년에 창립되었으니 그 나이 이제 35세, 성년을 넘어선지 오래고, 왕성하게 일 할때이다. 실제로 최근 몇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하여 모교로 부터 최우수 해외 동문회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미국의 유명한 사립대학들이 동문들의 기여로 발전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모교의 발전을 위하여 협조한다는 것은 동문들의 긍지이며 자부심이라고 본다.

LA한인사회에서 열리는 모든 동문회가 더욱 발전되기를 바라고 즐거운 송년회를 가지게 되기를 빌어본다. 출신학교는 달라도 우리 모두 같은 핏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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