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 대선이 한인 사회에 주는 교훈

2000-12-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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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조지 W 부시 공화당후보가 제43대 미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됐다. 앨 고어 부통령이 13일 마침내 패배를 공식 시인함에 따라 한달여를 끌어온 재개표를 둘러싼 두 후보간의 법정공방도 일단락됐다.

이 날은 미국 민주주가 승리를 기록한 날이기도 하다. 사상 유례없이 치열한 싸움을 벌여온 대통령 선거전의 패자와 승자가 한 목소리로 화합과 단결을 호소하고 나선 날이기 때문이다. 고어 부통령은 연방대법원 결정 승복과 함께 차기 대통령을 국민이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고 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초당적 협조를 다짐하고 나선 것이다.

이로써 미국은 헌정위기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한때 우려됐던 정치적 시련을 극복, 법치주의에 바탕을 둔 미국 민주주의의 위대성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과시하게 됐다. 이는 인내하고 기다린 미국민의 승리다. 싸울 땐 싸우지만 일단 승자가 결정되면 이를 받아들이고 단결하는 미국적 전통의 승리다.


이번 대선은 한인 커뮤니티에 적지 않은 교훈을 주고 있다. 동시에 많은 시사점도 던져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불과 수백표 차이로 대통령 당락이 결정된 게 이번 선거다. 이는 한 표의 귀중함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또 수십만에 이르는 한국계의 표도 얼마든지 파워를 행사할 수 있다는 교훈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진정한 교훈은 민주적 절차의 소중성이다. 대권이 걸린 극히 혼돈스런 싸움이지만 민주적 절차의 테두리를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 이는 툭하면 법정시비요, 서로의 차이점을 결코 인정하려들지 않는 한인 사회에 큰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동시에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도 노출시켰다. 미국 사회가 분파 사회가 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백인 대 소수민족계의 대립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마이너리티중 마이너리티인 특정 소수계는 자칫 인종갈등의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인 사회는 이미 LA 인종폭동시 뼈아픈 경험을 했다.

정치적 파워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공익을 위해 보다 많은 참여가 있을 때 정치적 위상도 비례해 높아진다. 한 표의 행사가 바로 그 참여의 첫 걸음이다. 적극적인 공직진출은 그 지름길이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한인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방안을 커뮤니티는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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