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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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명절전통을 만들자

2000-12-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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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인규<소셜워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명절의 추억이 있다. 명절 때마다 늘 예측할 수 있었고 반복되었던 명절의 일상, 이를 가족 명절전통이라 한다.

가족 명절전통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지속적인 가족 연대감을 제공하며 가족정서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순하건 혹은 거창하건 간에 해를 거듭해서 반복되는 같은 활동은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며 개인의 인성 한 부분에 통합되어 깊이 남아있게 된다. 그래서 정겨운 명절전통의 추억을 소유한 아동은 정서적으로 보다 안정되고 건강하다.

성장과정을 통해서 우리에게 익숙한 추석과 설의 명절전통과는 달리 이 땅에서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가 큰 명절로 기념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 땅에서 우리의 가족을 위한 명절전통을 관습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새롭게 만들어가며 또 물려줄 수 있다.

가깝게 지내던 한 가족은 매해 성탄에 느지막한 아침식사를 마친 후, 온 식구가 함께 동네를 한 바퀴 돌며 말없이 이웃들의 한해 평안을 기원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가족은 매해 성탄 이브에 부부가 함께 헌혈을 한다. 이들은 나누는 삶이 성탄의 진정한 의미라 생각하며 이 전통을 통해 자녀들에게 가치 있는 교훈을 심어주고자 하는 것이다. 97%의 사람들이 75세 이전에 수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겪지만 5% 미만의 사람들만이 헌혈을 하는 현실에서, 그 5%에 속한 삶을 다짐하는 가족 명절전통행사를 매해 이렇게 갖는 것이다.


어떤 가족은 해마다 같은 크리스마스 양말을 신고 선물을 열어보는 전통이 있다. 매우 단순한 전통이지만 해마다 같은 일이 거듭되자 그 낡은 양말이 모두에게 매우 의미 깊고 소중한 것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또한 미국의 많은 가정들이 교육적 목적을 위해 자녀들로 하여금 그들이 받은 성탄 선물 중 한가지를 골라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 기증하도록 하는 전통을 지키고있다. 실제로 지난해 십억 달러의 가치를 가지는 성탄 선물들이 소용되지 않고 각 가정의 창고에서 묵었다고 하며, 그 중 많은 것들이 결국 때가 지나면 버려진다고 한다. 우리는 이것들을 적절히 소용될 곳을 위하여 기부할 수 있다.

지금까지 특별한 가족명절전통을 개발하지 못했다면 이번 성탄에 나름대로 창조적인 것을 한가지씩 시도해볼 수 있다. 가족이 모두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성탄음식을 함께 만들고,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거나, 가족 비디오를 만들 수도 있다. 이웃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한다면 성탄카드를 재활용하여 병상에 있는 아동들을 도울 수도 있다. 카드의 앞면 그림을 잘라 다음의 주소로 보내면 이를 재활용해서 새 카드를 만들어 아동환자들을 돕는 어떤 모임에 의해서 귀하게 쓰일 것이다(주소: St. Jude’s Ranch for Children, 100 St. Jude St. Dept. MN, Boulder City, NV 89005) .

세월이 지나 장성한 자녀들이 성탄명절을 회고했을 때, 가족이 각각 흩어져 다른 곳에서 즐거움을 찾았던 성탄이나, 혹은 주변의 일들에 바쁘고 지쳐서 함께 시간을 보내줄 수 없었던 부모를 기억한다면 아쉬운 일이다. 물질주의에 치중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고, 단순하지만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며 성탄의 의미를 기억하는 가운데 가족과 이웃 간에 평화와 사랑을 전하는, 그런 가족 명절전통을 함께 세워 가는 따뜻한 성탄과 연말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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