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위, 바위, 보

2000-12-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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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 포먼 칼럼

▶ 샌프란시스코주립대 교수

뒤죽박죽 궁지에 빠져 있는 대통령 선거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쉬운 방법으로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텐데…" 하며 한마디씩 한다. "왜 미국의 선거제도가 주 정부, 법정, 정당이 개입이 되어 대통령을 뽑는 과정을 이처럼 복잡하게 만들었을까" 하고 의문에 차있는 이들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 정부체제가 일부러 비능률적이고 분산되도록 디자인되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개국 창시자들이 가장 우려하였던 것은 정당 지도자나 대통령 한 사람이 최종 결정권 갖는 획일적인 정부였다. 선조들이 독재자를 대통령으로 뽑기 위해 조지 3세 왕으로부터 독립 선언을 선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정부의 경향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여 주는 것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어떤 당도 절대적인 권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선조들이 헌법을 만들었을 때 특정한 한 사람이 절대적인 컨트롤을 할 수 없도록 체크하고 밸런스(check and balance)하는 시스템으로 틀을 짜서 만들었다. 이 시스템을 마치 ‘가위, 바위, 보’ 게임처럼 생각하면 이해가 쉽게 된다.


아는 바와 같이 미국정부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를 ‘바위’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를 ‘가위’ 법을 판결하는 사법부를 ‘보자기’라고 하자. 바위인 입법부는 가위인 행정부를 깨뜨릴 수가 있고, 보자기인 사법부는 바위인 입법부를 파기시킬 수가 있다. 가위인 행정부는 보자기인 사법부를 벨 수 있는 것은 대통령이나 주지사가 법관을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가위 바위 보’게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부의 각 지부는 다른 지부를 통제하는 힘이 있는 반면에 다른 지부로부터 체크 당할 수 있게 만들어 졌다. 이와 같이 서로를 체크하는 긴장감으로 정부가 운영되도록 국가의 기본틀이 만들어 졌다.

‘가위, 바위, 보’ 게임이 정부의 여러 층에서 행하여지고 있다. 연방정부를 바위, 주 정부를 가위, 지방 정부를 보자기라고 생각하여 보자. 미국에서 지방정부의 세력은 다른 나라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주법을 어겼기에 주 정부 감옥에 갇히게 되고, 학교들도 지방자치제로서 지역에서 뽑힌 이사들로 구성되어 운영되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최근에 인식하게 된 것처럼 카운티가 투표를 담당하고 있다. 투표용지를 보면 전국을 대표하여 뽑는 대통령 후보들의 이름과 주 정부를 대표하는 몇 명의 후보들과 투표 안건이 있고 지역을 대표하는 여러 명의 후보들과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투표 안건들이 올라 있다. 선거가 전국적으로 실시되도록 법을 고치는 것보다는, 연방정부와 주 정부는 카운티가 공정한 선거를 진행하도록 충분한 자원을 공급하여 주는 것이 현명하고 생각한다.

선조들이 미연방정부를 세울 때 양당 시스템으로 고안하지 않았는데, 1860년 이래로 공화당과 민주당인 양당 시스템으로 정부 체제가 잡혀왔다. 이와 같은 양당정치 타협이 정부 시스템과 맞아떨어져, 흔들리지 않는 정부를 유지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당이 백악관을 점령하고 있으면 국회를 야당이 점령하고 있는 정부를 원하는 것은 정부의 모든 교차점이 막히기 때문에 한 당이 국민에게 세력을 가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주에서 일어난 혼란도 사실은 나쁜 일이 아니다. 정부 체제가 조지 3세나 김일성과 같은 한 사람의 손에 권력이 쥐어 있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시스템임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 아닌가. 다음에 ‘가위 바위 보’ 게임으로 무슨 일을 결정할 경우가 있을 때 미국에서 살면서 누리고 있는 자유를 생각하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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