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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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값

2000-12-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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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터일기

▶ 배원혁<성형외과 의사>

성형외과에 걸려오는 문의전화 중 가장 많은 것이 비용에 대한 질문이다. 수술 방법이라든지 수술의 안전성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따져 보지도 않고 우선 제일 비용이 싼 곳을 골라 다니고 병원 업소록을 차례로 쓸어 내려가며 전화를 하거나 어떤 때는 똑같은 환자가 연이어 두번 전화를 걸어 비용을 상담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누구나 성형수술을 받겠다고 결정하고 나면 그 다음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수술비용에 대한 부담일 것이다. 수술비도 의사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또 수술 방법에 따라서도 달라지며 싼 게 비지떡일 수도 있고 터무니없이 값만 비싼 경우도 있을 것이다. 수술비의 평균치를 생각해 보더라도 다소 비싸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수술의 난이도나 수술 후 갖게 될 만족감이라든지 생활의 변화를 감안한다면 너무 비싸다고 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돈으로는 계산하기 어려운 새로운 기쁨이나 인생의 활력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과연 아름다움을 돈으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 또 인간이 추구해야 할 것 중에 순위를 매겨본다면 아름다움은 그중 몇번째일까? 아름다움이 얼마만큼의 경제적 효용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따지기는 힘들다. 하지만 미국에서 얼마전 미의 가치를 8만5,000달러로 환산해 놓은 설문조사가 있었다. 특이한 것은 같은 조사에서 사람의 가치는 48만달러로 책정되어 외형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참된 사람됨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미국인들의 정서를 반영해 주고 있다.

사람에 따라 외면적 아름다움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면에 아름다움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다 내놓아도 아깝지 않다는 여성들도 많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가치 변화와 함께 날이 갈수록 외모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과 집착이 더 강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젊은 여성일수록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이 더하다. 한창 피어날 나이에, 가만히 있기만 해도 아름다울 나이에, 더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것은 뭔가 앞뒤가 들어맞지 않는 것 같으나 젊을수록 앞으로의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서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무면허 시술자에게 싼값으로 ‘미’를 얻고자 하다가 잘못된 후유증으로 병원을 찾는 여성들의 대부분이 이미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보내버린 중장년층의 여성들임을 보더라도 미에 부가하는 경제적 가치는 연령별에도 차이를 보임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과 확신은 개개인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성형외과 의사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환자에게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를 가꾸어 나가는 것이 진짜 미인이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란 그것을 알아보고 아끼고 간직하는 이들의 소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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