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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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딴짓 운전’

2000-12-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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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영<본보 뉴욕지사주필>

자동차를 운전하는 동안 운전에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운전중에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시는 것은 허다하며 아예 식사를 하거나 신문을 보면서 운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경우는 부부가 심하게 다투면서 운전을 하기도 한다. 특히 여자들은 운전중에 머리를 손질하거나 백미러를 들여다 보면서 화장을 하기도 한다. 바쁜 생활 가운데 운전하는 시간이 길다보니 이렇게 딴짓 운전이 성행하고 있다.

초보 운전자일 때는 딴짓을 하라고 해도 못한다. 팔이 굳도록 운전대를 붙잡고 정신을 바짝 차려도 운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전경험이 많아지면 자만이 생기고 방심해져서 딴짓 운전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딴짓 운전만큼 위험한 운전은 없다.

교통사고는 대개 세 가지 원인 때문에 일어난다. 첫째는 운전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을 때이고 둘째는 자동차에 이상이 생길 때이며 셋째는 다른 환경에 문제가 있을 경우이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자동차나 환경에 문제가 있더라도 사람이 적절한 대응을 한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운전중 사람의 대응능력은 시각으로 보아 머리로 판단하여 재빠르게 동작해야 하는 것인데 딴짓 운전은 시각과 판단력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재빠른 동작을 할 수 없게 한다.


최근 몇년 사이에 휴대전화의 사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운전중 휴대전화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화를 많이 하는 사람들 중에는 아예 운전하는 동안을 전화 통화시간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 휴대전화 만큼 위험한 딴짓 운전도 없다. 지난 97년 캐나다 토론토대학 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은 혈중농도 0.1% 상태의 음주운전 만큼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넘는 수치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오하이오 등 일부 주에서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에 벌금을 부과하고 심한 경우 싱가폴은 징역 6개월 혹은 벌금 등의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딴짓 운전은 만약의 경우에 방어운전을 못해 사고를 당할 뿐 아니라 운전 부주의로 추돌사고나 차선을 넘는 충돌사고를 일으켜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한다. 운전을 하면서 다른 일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딴짓 운전은 일석이조의 시간 절약이 되겠지만 한 순간에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엄청난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사람의 인생살이도 운전과 비슷한 점이 있다. 인생의 운전에도 딴짓 운전은 대단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이 불량학생들과 어울려 다니며 나쁜 짓을 하면 그것은 자신을 망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 범죄의 피해를 당하게 된다. 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돈을 벌기 위해 과외수업에 열을 올린다면 학교 수업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모든 직장인과 사회인의 생활에서 딴짓을 하면 본분이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

필자가 기자 초년병으로 일선 경찰서를 출입하던 시절은 독재시대였으므로 관리들이 고위층에 잘 보이기 위해 신문 보도에 무척 신경을 썼다. 그래서 경찰서장이 미담 기사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쌀 한 가마를 양로원에 보내고 구두닦이 소년에게 금일봉을 주기도 했다. 그 때 필자는 그 서장에게 경찰이 미담의 주인공이 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강도를 잡고 도둑을 없애는 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하고 그 돈을 만들기 위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면 그것도 문제라고 본분을 강조했던 적이 있다.

사람들이 본분을 잊고 딴짓을 하면 본인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그 피해가 미친다. 또 딴짓을 하는 사람의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그 피해는 커진다. 종교인이 세속적 욕심에 눈이 멀게 되면 많은 영혼을 악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대통령이 명예욕이나 물욕을 추구하면 나라가 멍들고 국민이 고통을 받게 된다. 운전을 할 때 딴짓 운전이 금물이듯이 인생살이의 딴짓 운전도 금물이다. 딴짓 운전은 절대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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