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분화의 정치는 필연

2000-12-13 (수)
크게 작게

▶ 미국의 시각

▶ (데이빗 브로더·워싱턴포스트)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정치와 연관된 모든 것이 수학적으로 정확히 반반으로 갈라졌다. 우연의 소산인가, 아니면 중요한 전조가 되고 있는 것인가.

조지 W 부시가 플로리다에서 이긴 것으로 최종 판정을 받으면 그가 획득하는 선거인단 수는 271명으로 당선에 필요한 270명보다 단 한 명이 많게된다. 국민투표에서는 앨 고어가 30여만표를 더 많이 얻었다. 1억 유권자가 참여한 투표에서 고어는 0.3%를 리드한 것이다. 사실에 있어 정확히 반반으로 표가 갈렸다.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법원의 판결도 마찬가지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한 표 차이로 고어의 손을 들어줬다. 연방 대법원에서는 부시가 5대4로 승점을 올렸다.


어디를 둘러보든 패턴은 똑같다. 연방상원의 공화, 민주 양당의 의석은 정확히 50대50으로 갈렸다. 435석의 연방하원에서 공화당은 다섯 석 차이로 간신히 다수를 차지했다.

주의회도 마찬가지다.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지배하는 주는 17개, 민주당이 지배하는 주는 16개다. 나머지 주에서는 민주, 공화 양당의 의석이 정확히 절반씩으로 나뉘었다.

이 모든 현상을 부시와 고어가 만든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랄프 네이더 변수 때문으로도 볼 수 없다. 그러면 우연의 소산일까.

이에 대한 한가지 설명은 이렇게 될 것 같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전폭적 신뢰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민은 어느 정당이든 정권을 독식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점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