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리커 시대 지나 프랜차이즈 시대로

2000-12-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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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 박, 프랜차이즈 아시아 대표)

프랜차이즈 업계는 80~90년대만 해도 백인을 중심으로 한 주류사회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최근 첨단기술 산업의 급부상으로 쉽게 돈을 벌려면 하이텍에 뛰어 들어야 한다는 심리가 팽배해 지면서 백인 중산층은 점차 관심을 잃어가는 추세다.

주류사회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백인 중심으로 가맹점을 확장해 오던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최근 언어, 문화 관습, 사업 경력 등을 이유로 그동안 외면해 왔던 아시아계 개인 사업자들에게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제 샌드위치 샵의 대명사 ‘서브웨이’ 가맹점의 60%를 인도계가 차지하고 있고 프랜차이즈 주유소는 아랍계, 모텔 등 숙박체인점들은 인도 및 중국계, 7-Eleven의 경우 인도, 필리핀계의 진출이 무척 활발한 편이다. 그동안 높은 장벽을 쌓아왔던 프랜차이즈 업계가 새로운 사업 파트너로 아시안 커뮤니티를 인식, 아시안 사업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이와 발맞춰 한인 사회의 프랜차이즈 관심도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얼마 전 열린 ‘프랜차이즈 아시아’의 창사기념 프랜차이즈 세미나에는 참석자를 100명으로 제한하고 개인 신상명세는 물론 재산 규모, 현금 동원능력, 영어 구사력, 사업 경력 등 비교적 까다로운 내용을 기재토록 했는데도 무려 200여명이 신청했다. 무료로 진행되는 기존의 사업 설명회와 달리 유료로 치러졌는데도 말이다.

특히 미국인 97%가 상호를 기억, 브랜드 인지도 2위를 자랑하는 배스킨-로빈스 아이스크림과 샌드위치 전문 프랜차이즈인 TOGO’S사가 처음으로 소수계 커뮤니티를 위한 사업 설명회에 라이센스 및 마킷팅 담당 부사장을 강사로 보내 주었다는 사실은 주류사회에서 아시안들의 위상이 크게 제고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 6,500여개로 추산되고 있는 미국내 프랜차이즈는 소매유통의 중심 산업군으로 스몰 비즈니스 성장을 리드하고 있다. 2000년 말 현재 미국 소비자들이 상품구입 및 서비스에 지출하는 전체 비용 중 절반 정도가 프랜차이즈 사업체를 통한 것이다. 연방중소기업청(SBA)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96년 프랜차이즈 산업의 매출고는 9,500억달러에 달했으며 2000년에는 1조달러를 훨씬 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 전역에서 영업중인 사업체 12곳중 한곳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조사됐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8분마다 하나씩 창업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평균 8~14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으며, 60여 업종으로 나뉘어지는 프랜차이즈 산업은 1,000만명이 넘는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업주 97%가 사업 성공을 확신하고 있으며 79%는 재투자하겠다는 조사 보고서도 있다.

한인사회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관한 한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이민 1세들의 오랜 사업경험과 자본 축적, 미국사회에서 교육을 받은 2세들의 새로운 사업을 통한 주류사회에 진출 의욕 등이 맞물려 어우러지면서 한인 커뮤니티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잠재 가맹업주로 손꼽히고 있다. 이민 연륜이 오래 되거나 2세에 가까울수록 리커, 마킷, 세탁소 등 주로 노동집약적 비즈니스보다 잠재 발전가능성이 큰 프랜차이즈를 새로운 대안으로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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