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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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표기부터 갈아라

2000-12-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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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워싱턴 포스트 사설)

이번 투표에서 제대로 기표를 안 했거나 기타 이유로 250만 표가 무효로 처리됐다. 지금까지 그로 인해 대선 결과가 뒤바뀐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총 유효표의 2%가 무효처리 됐다는 것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유도하는데 불리한 요소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 검표기가 낡아 무효표가 더 많이 나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번에 문제가 된 펀치 카드식 검표기는 투표용지에 구멍을 뚫은 후 생기는 종이조각(차드)이 많이 쌓이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펜으로 표시한 용지를 컴퓨터가 읽는 스캐닝 방식이 더 바람직하지만 이를 도입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아직도 미 유권자의 1/3은 낡은 방식으로 검표하고 있는 것이 그 까닭이다.

부자 동네는 정확한 검표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가난한 동네는 부정확한 검표기에 운명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플로리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경우 흑인이 30% 미만인 곳은 무효표 비율이 3% 정도인 반면 흑인이 70%가 넘는 곳은 무효표율이 10%에 달했다.

투표 방식은 각 지역별로 정하게 돼 있는 현 제도 때문에 연방정부가 일방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가뜩이나 로비스트를 동원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부자에게 유리하게 돼 현 제도하에서 검표기마저 빈자에게 불리하게 돼 있는 점은 시정돼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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