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몸은 어른, 정신은 아이

2000-12-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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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원 <소아과 전문의>

1982년에 15~19세의 10대 소녀들 100만명이 임신했으며 그중 50만명은 자연유산이나 인공유산으로 임신을 중절했다고 미 의사협회는 발표했다. 그리고 15~19세 10대들의 74%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적어도 한번 이상 성관계를 하고, 그들 중 36%는 고교를 다니는 동안 계속 성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과거 10년 동안 미 10대 임신율은 매년 조금씩 줄어들어 10년 전에 비해 20% 정도 줄었다. 그렇지만 10대 임신은 자신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와 가정, 사회와 국가의 심각한 문젯거리로 계속 남아있다.

모두가 바라지 않는 10대 임신을 10대들, 부모들, 사회와 국가가 전력을 다하여 최소한도로 줄여야 한다.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우선 왜 그렇게 많은 10대들이 임신하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면 신문, 잡지, 영화, TV, 인터넷 등에서 성에 관한 토픽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10대들이 각종 성문제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성에 대한 윤리적, 도덕적 가치기준이 모호해진 것도 문제이다.


일부의 10대들과 부모들은 혼전 임신의 관념에 대해서도 혼동한다. 10대들 일부는 성이 개방됐다고 오해하고 무책임한 성관계를 하기도 한다. 특히 풍요로운 생활양식, 최상의 건강, 쉽게 구해서 쉽게 쓸 수 있고 탁월한 피임효과가 있는 각종 피임법과 피임약은 10대 임신율의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그럼 10대 임신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가속도로 성장 발육하기 때문에 10대들의 체격은 불과 몇년 사이에 성인의 체격과 비슷해진다. 그렇지만 그들의 정서면은 아직도 어린이들의 정서와 비슷한 점이 많다. 그들은 육체적으로 성인들과 같이 크지만 아직도 10대 아이들이다. 10대들의 사리판단은 미숙한 점이 많기 때문에 그들은 책임지는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춘기가 조기에 오고 육체적으로 조숙한 10대들은 사춘기 초기부터 성생활을 시작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도 10대 임신율이 높아진다. 불안하고 우울증에 걸린 10대들은 성관계를 더 갖는 경향이 있고 결과적으로 10대에 임신되기 쉽다.

10대 임신은 미숙아, 저체중 신생아, 기형아를 분만율이 더 높고 이들에게서 태어난 신생아들은 여러 가지 질병에 더 잘 걸리고 또 그로 인한 사망률도 더 높고, 커서는 신체, 정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더 잘 생긴다.

10대에 임신한 소녀들은 성적부진, 경제적 문제 등으로 고교 전과정을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중퇴하기 쉽다. 10대 소녀들과 성관계를 해서 자녀를 가진 10대 소년들 대부분도 경제적, 교육적, 감정적 면에서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원활히 하지 못한다. 또 그들중 일부는 알콜중독, 습관성 약물중독, 우울증, 범행에 빠져 안락한 가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직장과 경제적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자연유산이나 인공유산으로 임신중절 했던 10대들 역시 정신적, 육체적으로 일생동안 고통받을 수 있다. 그럼 10대 임신을 어떻게 예방하고 해결할 것인가. 자녀들의 나이와 능력에 적합한 성교육을 가정이나 학교 또는 교회 등에서 적절히 해주던지 소아과 전문의에게 문의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부모들이 자녀들을 조건 없이 진실로 사랑해서 훈련을 잘 시키고 부모와 자녀가 원활하게 대화를 하고 10대 자녀를 신뢰의 바탕에서 대하는 길이 10대 임신을 줄이는 최상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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