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해외 이산가족 상봉도 추진하라

2000-08-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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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아마도 꿈이었는지 모른다. 애절한 염원이 환상으로 비쳐진지도 모른다. 북에 두고 온 어머니, 남으로 떠난 아들, 잠시 나갔다가 그대로 생이별이 된 부부. 남과 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들이 꿈속에서나 보던 혈육을 만나고, 끌어안고, 울고 그리고는 다시 돌아갔다. ‘50년만에 3박4일’의 너무나 짧은 만남이었다. 그래서 한낱 꿈이었는지 모른다.

이산가족 문제는 남·북한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주 한인을 비롯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해외의 한인등 한민족 전체의 문제다. 해방 후, 6.25후 현대 민족사의 고비 고비마다 전세계로 그처럼 많은 한인들이 흩어져 나간 것도 따지고 보면 분단의 아픔, 가족 이산의 아픔에서 탈출해보려는 몸부림으로 볼 수도 있다.

이산가족 방문단의 이 짧은 만남은 여러 가지를 이야기 해주고 있다. 분단과 전쟁의 상처가 아직도 그토록 깊고 크고, 이산가족들은 그 아픔 속에 너무나도 억울한 50년의 세월을 보냈다는 사실 등이다. 이번 상봉은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을 새삼 일깨워 준다. 이산가족들을 ‘무조건’ 만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50년의 억울한 세월’과 함께 이산 1세들은 고령자가 됐다. 이처럼 오랜 세월을 고통 속에 살아온 이들이 부모를, 자식을, 또 형제를 만나는 데에는 더 이상 조건을 붙여서는 안된다. 이는 반인도적 범죄행위다.
이산가족 1세대는 LA 일원의 경우에만 5,000명이 넘는다. 또 북녘에 두고 온 혈육을 만나기 위해 북한을 다녀온 사람은 LA에서만 연인원으로 3,500여명을 헤아린다. 이들은 남북대치의 엄혹한 현실에서 가족 이산의 아픔을 제대로 표현도 못하고 살아왔다.


이번 상봉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호방문의 제도화가 거론되고 있다. 상호 방문자 수와 횟수를 대폭 늘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 서로간의 생사를 확인하는 우편물 교환소와 상설 면회소 설치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앞으로 열리는 2차 남북한 장관급 회의에서 더 구체화 될 전망이다.

미주 한인 사회에서도 이산가족 상봉이 여러 갈래에서 추진되고 있다. 우리민족 서로돕기등 민간단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운동이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이산가족 문제는 해외의 한인을 포함한 전체 한민족의 문제다. 그러므로 해외 한인은 반드시 남·북한의 이산가족정책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인 단체들은 이산가족 서신교환등 나름의 운동은 펼치되 해외 한인도 정책적 배려를 받도록 남·북한 당국에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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