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식 단체운영의 투명성

2000-08-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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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해양박물관에서 온 편지

▶ 강애자 (화가, 노스리지 거주)

얼마전의 짧은 여행을 되새기며 지내고 있다. 몇 년전 아름다운 페블 비치를 소재로 시미 밸리 문화원에서 초대전을 가진 것을 인연으로 샌프란시스코 남단에 위치한 몬트레이 지역을 매 년 한 두 차례 여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남편 친구 가족과 함께 여행하면서 세계적 수준의 몬트레이 베이 해양 박물관을 다시 찾아 한가히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몬트레이의 앞바다에는 그랜드 캐년보다도 큰 규모의 해저 캐년이 있는 데, 그 깊이가 1 마일 혹은 2 마일씩이나 되어서 해양연구의 세계적인 보고라고 한다. 박물관은 온갖 진기한 어패류의 시각적인 전시물들로 전혀 새로운 세상을 보는 느낌이었다. 박물관의 연구 잠수함이 해저까지 내려가서 촬영한 바다 깊은 곳의 세계는 아름다움과 경이의 세계이었다. 여러 형태의 환상적인 빛을 발하는 수십, 수백 가지의 투명한 젤리(Jelly Fish)도 있었고 길이가 무려 20m가 넘는 초대형 오징어도 있었다. 넓은 전시장을 가득 매운 전시물과 각종 연구자료, 이 곳서 발간된 책자도 많았지만 이곳 해저 캐년은 알려진 바가 아직 1% 정도 밖에 되지를 않는다고 한 연구원이 설명을 해주었다.

점신은 구내 카페테리아에서 먹었는데 쿡이 손님의 주문을 받아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해물 파스타는 저렴한 가격($5.95)에도 얼마나 맛이 훌륭하고 양이 많은지 파스타를 꽤나 좋아하는 남편은 파스타 먹으러 한 번 더 와야겠다고 농을 할 정도였다.


점심 식사 후에 다시 곳곳을 둘러보는 도중, 특히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일하는 직원들이 나이든 분들이 많고, 일하는 태도가 뭔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궁금해서 일하는 직원들에 대해 물었더니, 정식 직원이 300명이고, 자원 봉사자가 900명이나 된다고 했다.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해양 박물관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매달 10시간에서 20시간씩,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전문지식을 갖추고 방문자들에게 전시물들을 설명해 주고, 방문자들과 간단한 해류 실험을 하는 일들을 하고 있었다.

재정은 정부의 지원금을 받지 않고, 독지가들의 기부금과 입장료로만 운영되고 있었다. 한 쪽 벽에는 전시관을 확장할 때 기부한 독지가들의 이름이 액수별로 새겨져 있었는데 제일 많은 액수인 200만 달러를 기부한 독지가의 이름은 무명이라 되어 있었다. 직원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년 예산에 대해 물었더니, 그 자원 봉사자는 자기가 정확한 숫자를 모르는데 질문서에 기록을 남기면 답변이 우송될 것이라고 하였다. 간략하게 질문을 적어 질문함에 남기고 그곳을 떠나왔다.

나에게 배달된 편지는 선임해양생물 연구원 스티븐 웹스터가 보낸 것으로 정중하고도 간결하게 내 질문에 답변하여 주었다. “저희 해양 박물관에서 지난해 집행된 예산은 3,460만 달러이었는데 그 중 1,490만 달러가 연구와 전시에 사용되었습니다. 귀하의 질문에 답변이 되기를 바라며, 저희 해양 박물관의 웹사이트(www.mbayaq.org)를 참고로 보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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