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친북인사들과의 첫 행사

2000-08-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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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사회에서 왕따 당해온 아무개올시다"

15일 밤 LA한인타운 옥스포드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성취를 위한 8.15미주동포통일대회’라는 긴이름의 행사에서 축사를 맡은 현준기 재미동포서부지역연합회 회장이 자신을 소개하는 말이었다. 현회장은 LA지역 친북한계열 단체의 실세중 한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LA한인회와 조국통일범민족연합재미본부(범민련)가 공동으로 주관한 이날 행사장에서는 일부에서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인공기나 한반도기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태극기가 게양된 가운데 국기의례와 애국가제창등 순서가 제대로 진행됐다.
그러나 올 8.15기념행사를 친북한 단체들까지 망라해 범동포적으로 치르겠다는 주최측 계획은 평통LA지역협의회가 ‘8.15경축행사 및 타종식’을 별도로 개최함으로써 실패로 돌아갔다. 같은날 오전11시 샌피드로 우정의 종각에서 열린 타종식에는 양성철주미대사, 김명배LA총영사 그리고 천용택·유재건씨등 미민주당 전당대회 참관차 방미중인 한국 국회의원 일행등이 일제히 참석했으나 미주동포통일대회에는 대사나 총영사등 한국정부관리들은 일체 참석하지 않았고 일부 국회의원들만이 잠시 얼굴을 비쳤을 따름이다. 행사 팸플릿에 공동주관단체로 표시된 6.25참전동지회등 우익 단체들도 불참했다.

한편 빨간 유격대 셔츠와 모자에 얼룩무늬 군복 차림을 한 해병전우회 회원 여러명이 ‘해병’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내건 대형밴 편으로 행사장에 나타나 수차례 둘러보는 모습이었으나 주최측과 마찰은 없었다.


이날 범민련측 한 관계자가 김대중대통령의 야당시절 이야기를 꺼내며 "김대중씨"라고 호칭하자 청중 가운데서 누군가가 "김대중대통령"이라고 지적했는데 이 관계자는 "그당시는 대통령이 아니었다"고 받아 넘겼다. 또한 한국에서온 천용택 국회 국방위원장의 축사가 지나치게 길어지는 바람에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국방장관,국정원장등 요직을 거친 현정권 실세중 한사람인 천위원장은 간단한 축사만 해주도록 부탁받았으나 40분 가까이 장황하게 연설을 계속하다가 청중들의 야유속에 퇴장당하는 망신을 했다.

연단에 올라선 천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의 배경과 의미에 대해 10분만 이야기 하도록 허락해달라"고 서두를 꺼낸 뒤 30분이 넘도록 그칠줄 몰랐다. 이에 주최측이 빨리 끝내줄 것을 당부했으나 천위원장은 "최후통첩을 받았다"는 유모어로 받아 넘기고 얘기를 계속해나가다가 급기야 한 청중으로부터 "내려가라,내려가!"라고 호통을 당했다. 천위원장은 다음 사람의 축사가 끝나자 자리를 떴다.

그래도 이날 행사는 "친북한인사들과의 첫 모임치고는 무난하게 치러졌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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