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냉 기류의 백악관

2000-08-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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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 of America

오직 양 팔의 길이가 남달리 긴 사람만이 그 일을 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아라파트와 바라크를 한자리에 끌어댕길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굳게 결심을 했다. 그 일을 해내겠다는 결심이다.

15일 미시건주 먼로. 클린턴은 가능한 양 팔을 좌우로 넓게 뻐쳐서 힐러리와 티퍼의 어깨를 끌어 안았다. 이 둘의 사이는 가능한한 가까이 접근하지도 않고 쳐다보지도 않는 관계가 된지 오래다. 마치 거대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사람처럼 클린턴은 이 두명의 블론드 여인들을 천전히 끌어당겼다. 청중앞에 서 있는 앨 고어의 모습과 함께 TV화면에 한꺼번에 비쳐지기 원해서다. 백악관의 퍼스트, 세컨드 커플이 ‘하나의 빅 해피 패밀리’임을 보여주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잠시후 이 두 여인은 옆걸음질쳐 좌우 양편으로 멀리 물러났다.

왜? ‘하나의 빅 해피 패밀리’가 물론 아니기 때문이다.


빌과 힐러리 클린턴, 앨과 티퍼 고어. 이들의 관계는 요즘 말이 아니다. 섭섭함, 질시, 헐뜯기등이 뒤섞인 아주 복잡한 관계다. 이같이 불편한 관계 때문에 백악관 분의기는 옛날 리차드 닉슨이 넓은 디너 룸에서 홀로 저녁식사를 하던 이후 최악의 상태를 맞고 있다.

민주당의 당권을 클리턴이 고어에게 이양하는 상징적 행사인 먼로에서의 이벤트도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이 두 커플간의 수주간에 걸친 협상의 산물로, 이 행사의 모양새를 놓고 이 양 커플은 아주 괴로운 의견차이를 보였다는 후일담이다. 고어팀이 악몽처럼 내심 우려해온 것은 클린턴이 당권에서 손을 뗀다는 것은 말뿐으로 이날 행사에서도 스팟 라이트를 홀로 받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이같이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이들 네명중 표정관리를 잘 못해 불편한 심기를 곧잘 드러내는 사람은 세컨드 레이디 티퍼다. 그녀는 물러나는 대통령인데도 계속 갈채를 받으려는 클린턴의 심사에 끓어올랐고 또 베벌리 힐스를 마치 뉴욕의 선거구 인 양 휘젖고 다니는 힐러리도 몹씨 못마땅하다는 입장이다.

빌 클린턴도 앨 고어가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다. 공화당원보다도 더 앞장서서 자신에게 ‘주홍글씨’를 새기려 든 조우 리버맨을 러닝메이트로 선정한 데 대해 몹씨 화가 나 있다. 클린턴은 고어가 8년간 그렇게 가까이 있었으면서도 연설 하나 변변히 못하는 데에도 못마땅한 입장이다. 연설이 신통치 않은 고어가 대선에서 패배해 부시집안 사람들에게 정권을 내준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한 게 클린턴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고어가 카터 전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하고 나선 것도 클린턴으로서는 화가 날 일이다. 전직 민주당 대통령과 현직 민주당 대통령은 상당히 불편한 관계. 게다가 도덕군자인 전 대통령이 클린턴의 ‘일탈행위’를 공개적으로 손가락질 한 게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어가 클린턴에게 몹씨 화가 나있다는 사실은 구구한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 고어는 힐러리에게도 화가 나있다. 중도노선을 표방하기위해 애써 각색된 민주당 전당대회를 힐러리가 자신의 캠페인(뉴욕주 연방상원의원)을 위해 진보노선으로 바꾸려고 한 것이다. 또 아주 우연적인 것처럼 프라임타임 시간대에 힐러리가 연설을 하게 각본을 꾸민데에도 고어는 짜증이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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