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클린턴 떠나기를 기다리는 앨 고어

2000-08-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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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 of America

앨 고어는 캘리포니아주 문앞에서 클린턴이 떠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마치 마지막까지 남아있다가 현관 앞에서 또 다시 옛날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엉덩이 무거운 손님을 지켜보는 파티 호스트의 심정으로. 그러나 이제 전당대회는 고어의 것이다. 앞으로 남은 사흘동안 고어에 관한 이야기는 듣기 지겨울 정도로 많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고어가 다른 후보와는 달리 월남전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강조될 것이다. 전당대회 기간 하루를 아예 월남전 참전용사 기념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고어의 월남전 참전이 자원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다.

아직까지 민주당의 텃밭인 여성들의 지지를 압도적으로 얻지 못하고 있는 고어로서는 이번 전당대회 기간 여성표 획득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다. 그는 드디어 남녀가 평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나 73세의 2차대전 참전용사이며 미국최초의 성전환 대의원인 73세의 제인 피에게 연설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 같다. 그녀가 속한 미네소타주 대표단은 그녀에게 연설기회를 주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전당대회 주최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성전환 베테란의 스토리보다는 ‘건강보험 없이 살아가는 농부’의 스토리에 더 관심을 갖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어는 클린턴만큼 연예계와 친분이 없지만 그래도 이번 전당대회 기간 연예인들의 참여는 두드러지고 있다. 팝스타 쥬얼이 행사를 돕고있고 랍 라이너가 고어와 주말을 함께 했으며 고어와 하바드 룸메이트였던 타미 리 존스가 고어를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고별연설을 마친 클린턴은 유태인단체들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외교정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청중들이 참석했지만 모두들 편안한 분위기에서 클린턴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고어는 그시간 자신의 집 거실에서 몇몇 친지들과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어의 거실에 앉은 사람들의 분위기는 클린턴 모임의 분위기와는 반대로 딱딱하고 경직된 것이었다.

이제 클린턴의 시대는 갔다. 후임자가 누가 되든 클린턴만큼 우리를 놀라게, 재미있게, 충격을 받게 해주지는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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