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지 스타인브레너

2000-08-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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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김동우(스포츠부 차장대우)

뉴욕 양키스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는 이기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흥미거리가 되고 있는 호세 캔세코 영입사건(?)은 저돌적인 스타인브레너의 일면을 잘 보여주는 실례다.

양키스는 얼마전 탬파베이 데블레이스가 방출자 명단에 올린 거포 캔세코를 클레임했다. 방출자 명단 선수를 클레임하면 그 선수의 잔여연봉을 책임져야 한다. 때문에 고액연봉선수가 방출자 명단에 오를 경우 선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연봉부담을 덜기위해 그를 직접 클레임하지 않고 공시기간이 끝나 자유계약선수가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상례다.

하지만 양키스는 상당한 재정부담에도 아랑곳 않고 캔세코를 클레임했다. 왜일까. 양키스가 그렇게 절실하게 캔세코를 필요로 하는가. 오히려 정반대다. 그의 영입소식을 듣고 조 토리 감독이 "너무 놀라 말도 안나왔다. 도대체 그를 어디에 기용할지 모르겠다"고 말할만큼 양키스는 캔세코가 필요없다. 캔세코의 포지션인 외야수자리에는 뛰어난 선수들이 넘쳐나고 있다. 캔세코를 주전으로 기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거물인 그를 벤치에만 묶어둘 수도 없다는 것이 토리 감독의 고민이다.


하지만 스타인브레너의 생각을 달랐다. 그는 캔세코가 페넌트 레이스 경쟁팀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가는 것을 우려했다. 블루제이스는 라울 몬데시가 부상으로 올 시즌 잔여경기에 나오지 못해 캔세코같은 거포가 절실하게 필요해졌다. 이를 잘 아는 스타인브레너는 경쟁팀의 전력이 강화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필요도 없는 선수를 엄청난 돈을 쓰면서 데려온 것이다. 오직 스타인브레너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캔세코의 합류로 양키스의 올해 선수 페이롤 총액은 무려 1억1,200만달러로 치솟았지만 지난해 구단수입만 1억7,800만달러에 달했던 양키스 보스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월드시리즈 3연패의 걸림돌 하나가 제거됐다면 돈이 문제가 아니기 때문. 자기 돈 쓰는데 무슨 불평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강한 팀은 점점 강해지고 약한 팀은 갈수록 약해진다면 일반 팬들은 갈수록 경기 볼 재미가 떨어질 것이다. 물론 양키스팬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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