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덜트 스쿨에서 만남 사람들

2000-08-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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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창

▶ 이은실 (주부)

1.5세인 남편은 은근히 아내인 내가 어느 정도 영어를 배웠으면 하는 눈치였다. 나 역시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처음 발을 디딘 곳이 바로 어덜트 스쿨이다. 그곳에서 나는 각양각색의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다양한 한인 여성들을 만나면서 영어보다는 한국말을 더 사용하는 즐거움에 흥미를 느꼈다.

그분들과 사귀는 동안 내가 처음 비행기에 오르면서 연상했던 재미 사업가 부인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아닌 수심 가득한 인상과 어딘가 모르게 여유롭지 못한 행동등에 실망, 한국으로 마음이 향할 때가 많았다. 또 부인들이 한국 사람들의 사치와 허례허식, 흥청망청한 생활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등 한국 사람들의 태도에 불만을 표시하면 나는 반대로 이곳의 단점들을 꼬집어가며 뭐가 그렇게들 대단하냐고 핏대를 세웠다.

그분들의 한국 사람들에 대한 비판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문화가 서로 틀린 곳에서 자라온 우리 부부도 “이게 어디 사람 사는 거냐”며 서로 권태와 짜증을 부리곤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들의 순수한 감정과 검소한 생활을 오히려 시기와 질투로 받아들였던 내가 부끄러웠다.

아이들은 거리로 버려지고 가장들은 직업을 잃고 기업들은 무너지는 IMF가 한국에서 터졌을 때 체면문화에 젖어 비현실적이고 오만방자했던 나 자신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어덜트 스쿨에서 만났던 그분들과의 인연을 통해 만남과 헤어짐의 성숙과 조금은 여유로워진 내 모습을 발견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그때 만났던 그 부인들에게 감사하며 꽃들과 새들의 합창처럼 흥겹고 살 맛나는 삶이 늘 함께 하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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