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피부색 달라도 우리는 한 형제"

2000-08-0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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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닌가 입양아 31명, 보일러대체 비용마련 위해 거리 나서

요즘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두셋만 돼도 쩔쩔맨다. 더구나 자녀 중에 장애아가 끼어있으면 어려움은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정도 고생은 밥과 린다 코닌 부부에게는 ‘새발의 피’다. 이들 부부는 파이프에 있는 6천평방피트의 자택에서 34명의 자녀를 돌보고 있다. 친자식 3명을 제외한 31명이 입양아로 피부색과 생김새가 모두 제 각각일 뿐 아니라 장애아도 수두룩하다.

코닌 부부의‘대가족 만들기’는 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한미군으로 복무하던 당시, 한국사회의 냉대로 버려진 혼혈아 3명과 고아 2명을 입양한 이들 부부는 그 후 오늘날까지 총 70명을 입양했다. 그중 절반이 이미 성인이 돼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4반세기 동안 대가족을 이끌어온 코닌 부부에게 요즘 근심거리가 생겼다. 15개 침실과 7개의 욕실이 있는 집이 낡아 개수가 시급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 특히 난방 보일러가 시원치 않아 교체할 계획인데 코닌씨의 은퇴연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 보조금은 장애아동을 위한 사회보장금(SSA)이 전부로, 이들은 법적으로 가족이기 때문에 고아원처럼 실질적인 정부보조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코닌씨는 26일 있을 페더럴웨이 축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종식씨 등 한인 독지가들이 꼬치구이 부스를 설치, 보일러 구입 비용 마련을 도울 계획이기 때문이다.

코닌씨는“그간에도 많은 한인 교회와 단체들로부터 도움을 받아와 고마울 뿐”이라며 이번 행사에도 한인사회의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이 행사를 한인사회에 홍보하기 위해 이들은 7일 본보를 방문, 취지를 설명했다.

거동이 불편한 ‘형제자매’를 제외한 14명이 서로 부축하며 신문사 시설을 견학한 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보일러를 장만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대만·태국·멕시코·콜롬비아 등지 태생인 이들 코닌 자녀는 페더럴웨이 축제에서 많은 한인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지난 93년 당시 김 균 총영사가 마련해준 낡은 버스에 올라 엄마가 기다리는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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