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의 조급한 남북교류 염려된다

2000-08-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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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진식<사이프러스>

지금 한국 정부는 남북간의 문제에다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통일이 우리 민족의 염원이고 지상과제이지만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간의 물꼬는 급류를 타고 있고, 앞으로 있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한 방문 뒤 있을 수 있는 남한 내의 이념 갈등과 정치, 사회의 혼란이 심히 염려된다.

이제 남한은 6.25세대가 죽어가고, 6.25 이후 세대가 주류세력을 형성해 가고 있다. 그들은 6.25 전쟁을 역사의 한 장에 의미를 두고, 오히려 미군의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 매향리 사격장 폭격, 독극물 한강방류 사건 등에 사과할 줄 모르는 미군의 정복자와 같은 오만을 증오하고, 또 불공정한 한미행정 협정으로 인해 한국민의 혈세로, 한국민의 영토 내에서, 한국인에게 가해진 미군인의 흉악범죄에 한국의 사법권이 배제된데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은 정부의 무능력에도 심히 역겨워하고 있다.

한국은 분명 헌법상 삼권이 분립된 민주주의 국가이다. 민주주의는 인류가 추구하는 이상이고 통일 못지 않게 우리에게는 가치 있는 과제이다. 그러나 지난 50년간 삼권은 견제와 균형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줄곧 일인 통치권 하에 있다. 그래서 한국의 중흥을 이룩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비록 독재자로 인식되어도 국민은 가난을 구제하고 삶에 목표를 준 그의 애국심과 영도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지금 한국인에게 이념과 독재의 개념은 민족 자주통일이란 당위성 앞에 희석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한총련, 민노총, 범국민 재야단체, 또 종교계 일부 등 남한 내의 민족주의 세력들이 김정일의 민족 자주노선에 고무되어 남북간의 이념과 체제의 괴리는 고사하고 남의 경제력과 북의 군사력이 응집한 강한 한국의 통일운동을 꿈꾼다. 그렇게 되면 남한에는 다시 좌우의 갈등이 오고, 현 정권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무리를 하고, 대북투자는 남한 국민에게 빚으로 부담되어 경제위기가 오지 않을는지? 또 미국의 대한국 압력은 어떨까? 북은 옷을 벗을는지, 갈아입을는지? 특히 남한의 군이 하나의 이익집단으로 제 목소리를 낼 경우 한국은 또 한번의 불행이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된다.

지금 한국은 김 대통령의 지도력이 절실한 때다. 국민에게 살아가는 의미를 명백히 하고, 질서를 회복하고, 대북정책에도 주면서도 작게 보이는 모습에서 당당한 큰 모습을 남북한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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