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껏 울줄도 알아야

2000-08-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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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사람은 소화가 잘 되어야 건강한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장에 영향을 주어 소화장애를 일으키므로 하는 말일 게다.
그러면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대통령 선거중 서거한 해공 신익희 선생 장례 때의 일화가 생각난다. 장례식에 낯선 한 아낙네가 어찌나 슬피 우는지. 주위 사람들이 감동하여 그 내막을 물은즉 ‘내 신세가 하도 서러워’울었다는 것이다. 울 곳이 있어야 실컷 울게 아닌가? 사람은 울고 싶을 때 울고 웃고 싶을 때 웃게끔 생체가 되었는데 유교, 기독교 같은 관습으로 얽매어 놓아 자연적, 동물적 발산을 못하게 하므로 정신적, 육체적 질병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양반, 도인은 웃지도 울지도 말아야 한다는 선입견(?)은 일반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초상집에 가면 곡성이 천지를 진동해야만 효자 집안이라 했던 적이 있었지만 9일장의 경우 그것도 고역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곡하는 사람을 샀다는 고사도 있지만, 반대로 요즘은 엄숙한 장례를 고집하여 울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너무 억제하는 게 아닌가 하여 못내 안쓰럽다. 특히 여인들은 울고 싶은 욕구가 강한데 사회에서 용납하지 않으므로 술의 힘을 빌려 우는 경우도 있고 노래로써 다소나마 해소코자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욕구 해소를 못해 병이 되어 몸을 망치는 예가 대부분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말을 하지 못해 병이 되어 다 죽게 되자, 할 수 없이 산속 깊은 곳에 들어가 마음껏 소리내어 외쳐대자 병이 저절로 낳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하고 싶을 때는 해야만 병에 안 걸리며 사는 보람이 나지 않을까.

특히 비오는 날이면 바닷가에서 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우는 낭만이야말로 우리들에게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손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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