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학생 환영’이 되기를

2000-08-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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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병렬<교육가>

조기 유학생의 모습을 보는 일은 평범한 일상사가 되었다. 어린 그들의 모습에서 용감한 향학열을 보게 되지만 일말의 불안감도 느낀다. 동양과 미국의 문화 차이는 학교 생활에서도 엿볼 수 있다. 동양 학생은 대체로 편하게 가르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학생이 교사에 대한 예의가 바르고 열심히 공부하니까 학업성적도 좋은 편이어서 미국 교사들이 받는 인상도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동양 학생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었고 그결과 유교 사상이 그들의 정신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을 알고 있다. 동양 학생들을 다루기 편한 이유는 기본적인 태도가 ‘받아들이려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한국내에서 조차 교사의 학생 관리가 힘들게 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런 경향은 세계적인 현상이 되어서 미국, 유럽에서도 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들이 학교 내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가 지식 전달 이전에 학생 관리문제로 고민하게 된 시대이다.


미국 대학의 한인 교수의 수효가 외국인 교수 중 제 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박사학위 수여자의 수효도 활발하게 증가됨은 한국인의 우수성을 과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 이곳 유명 사립학교에서 대두되고 있는 한국 학생의 문제는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사립학교에서는 한국학생을 환영하는 것 같았다. 우선 재정에 도움이 되고 학생들이 우수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학생의 입학사정을 엄격하게 한다는 것이다. 점차 한국학생들이 학교내 분위기를 좋지 않게 만드는 것을 우려하게 된 것이다. 그 예로는 무단결석, 마약, 음주등에 빠져들기 쉽고, 시험 때 부정행위가 있고, 소위 ‘왕따’ 같은 한국의 악습이 미국학교에 번지려고 하여 이를 견제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한국학생들이 이제는 학교의 ‘골칫거리’가 된 셈이다. 바라지 않던 일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어느 소수 학생들의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우려할 만한 사태임에 틀림이 없다. 이 문제들은 학습태도를 말하고 있는데 학습태도는 학습내용의 수용 태세이다. 학업 성적이 능력의 문제라면, 학습 태도는 정신의 문제이며, 어느 면에서 학습 능력보다 더 중요하다. 학습 태도는 학생의 기본이다. 집을 지을 때의 기초이다.

조기 유학생들은 유혹이 많은 넓은 광장에 홀로 서 있는 여린 묘목을 보는 것 같다. 이들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반드시 보호자의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 청소년들의 문제는 자제력이 약한 그들 옆에 방향조절을 할 수 있는 책임자가 있어야 예방할 수 있다. 그들 옆에 조언을 할 수 있는 상담자가 있어야 한다. 조기 유학생은 한국의 미래일 뿐만 아니라 이곳 한인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재의 묘목들이다.

지금 위태로운 그들을 방치하지 않고 잘 가꾸는 일은 그들의 학부모와 동포사회의 일인 줄 안다. 그래서 ‘골칫거리’로 알던 학교들에서 ‘한국 학생 환영’의 소리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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