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섣부른 시위로 불이익 초래"

2000-07-24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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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슨군 어머니, "독자적으로 경찰 제소 준비"

▶ 타코마 인종차별 대책위, "피해자 말만 믿을 수 없다" 신중론

한인계 학생에 대한 레이크우드 경찰의 인종차별적 조사행위에 맞서 타코마 한인회(회장 당순복)가 계획한 범 한인 사회적 규탄시위는 불발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지난 21일 2차 대책위원회의를 소집한 오창근 위원장은 목격자들의 진술이 분분해 시시비비를 가리기 힘들었다며 “한쪽 말만 듣고 인종차별 행위였다고 결론 내리기는 곤란하다”고 그 동안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오위원장은 자신이 만난 한 30대 목격자는 경찰이 시어도어 스티븐슨군에게 수갑을 채운 것은 사실이지만 물리적인 폭력은 가하지 않은 것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 목격자는 경찰이 일반인의 현장 접근을 막았기 때문에 인종차별적 발언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부연한 것으로 오위원장은 보고했다.

이날 회의장에 참석한 스티븐슨의 친구 3명도 모두 오위원장의 보고를 뒷받침했다. 이들 은 당시 거리가 멀어 경찰과 스티븐슨군 사이의 대화 내용을 못 들었으며 다만 스티븐슨군이“Stop”이라고 외치는 고함 소리만 들었다고 말했다.


스티븐슨군은“난 법적으로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단지 경찰과 함께 온 카메라맨이‘F... You’라는 욕을 두 차례 해 맞받아 욕한 것밖에 무례히 굴지 않았다고 위원들에게 밝혔다.
이에 대해 박남표 위원은 “진상이 밝혀지기도 전에 성급하게 시위를 벌이면 자칫 한인사회 전체에 불이익이 될 수 있다”며 확실한 목격자들이 확보될 때까지 시위 등을 자제하자고 제안했다.

조영철 위원도“우리가 남의 나라에 와서 위험한 인물로 비쳐졌기 때문에‘칭’,‘국’ 따위의 비하적 말을 듣는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의 잘못을 반성하자고 말했다.

회의 분위기가 유화론으로 흐르자 스티븐슨군의 어머니인 천은옥씨는“법적대응 보다 한인회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 한 것이 후회된다”며 더 이상 대책위원회의 결정과 상관없이 변호사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겠다고 말한 뒤 회의장에서 나갔다.

한편, 레이크우드 경찰국의 사건 기록에 따르면 당시 출동한 경찰관은 스티븐슨군이 한국인이나 동양인이 아닌 미국인으로 판단한 것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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