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헷갈리는 미국의 종교 자유.

2000-07-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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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디옥교회 목사

지난달 미국 대법원은 공립학교 풋볼게임에서의 기도행위가 위헌이라고 판결을 내렸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미 헌법 권리장전 제1조인 종교의 자유에 근거하고 있다고 한다. 제1조는 “의회는 어떤 경우라도 ‘국교’를 인정하거나 종교의 자유를 억제하는 법을 만들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공립학교 풋볼게임 시작 전 기도를 묵인하면 그것이 바로 정부가 특정 종교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이다. 그 판결로 인해 경기장은 물론 졸업식 및 모든 공식행사에서 기도가 금지되었다.

그러나 그런 위헌 판결을 내린 대법원 판사들도 하루 일과를 기도로 시작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연방의회는 상원과 하원에 각각 성직자를 풀타임으로 두고 있으며 회기 동안에 매일 기도로 시작한다. 그리고 매년 초 백악관에서 세계의 명사들을 초청해서 조찬기도회를 거행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 고등학교 풋볼팀이 게임 시작 전에 기도한 것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사실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미국이 공립학교에서의 기도를 금지한 것은 1962년 케네디대통령 시절 뉴욕 주 교육위원회가 수업 시작 전 드리는 기도문을 허용하자 이를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이 시작이다. 화폐에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천명하고 있고, 차기 대권주자인 고어와 부시도 자신은 ‘중생한 크리스천’이라고 말하고 있고, 대통령 취임선서도 성경에 손을 얹고 하는 미국이 기도를 금지하고 있으니 정말 미국이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인지 헷갈린다.
송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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