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반 개개인 벤처 투자는 무모한 일”

2000-07-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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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카델벤처 사장 스티브 김

▶ 민경훈 <편집위원>

넘볼수 없는 독창적 기술력 있어야 살아 남아
한국 하이텍 업체 당장은 국제 경쟁력 취약
e 비즈니스 일반 소매업보다 더 힘들어

자일랜 창업자 스티브 김씨는 미주에서 가장 성공한 한인중의 하나다. 자기 집 거라지에서 출발, 자일랜사를 초고속 하이텍 성장기업으로 키운 김씨는 작년 이를 프랑스의 대형 텔레컴 회사인 알카텔사에 20억달러에 매각, 일약 거부가 됐다. 현재 벤처 투자회사인 알카텔벤처 사장직을 맡고 있는 김씨를 만나 최근 벤처업계의 동향에 관해 들어 봤다.

-자일랜을 매각하신 후 쉬고 계신 것으로 알았는데 언제 또 투자회사를 차리셨습니까.


▲한 9개월 됩니다. 매일 매일 출근해 수많은 직원을 직접 관리하는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고 그 동안 쌓아 놓은 하이텍 관련 노하우를 썪혀 두기도 아깝고 해서 유망한 하이텍 업체를 지원하는 회사를 만들게 됐습니다.

-회사 규모는 얼마나 되며 어떤 분야에 주로 투자하고 계십니까.

▲자본금이 1억 2,000만달러 됩니다. 자일랜을 인수한 알카텔사가 6,000만달러를 투자하고 130여명의 파트너가 나머지를 댔습니다. 현재 통신관련 하이텍 분야 20여개 기업에 50만~500만달러씩 투자하고 있습니다.

-요새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벤처 붐이 불어 세미나도 많이 열리고 일반 개인들도 관심이 높습니다. 어떤 회사를 골라 투자해야 성공할수 있는지 요령을 좀 알려 주십시요.

▲우선 아무나 시작할수 없는 분야여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진입장벽’(barrier to entry)라고 부릅니다. 한 때 각광을 받았던 닷컴회사들은 지금 대부분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대학생들도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차릴수 있기 때문에 어마어마 하게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런 회사보다는 어느 누구도 갖지 못한 독특한 기술을 갖춘 회사가 성공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미주 한인들을 대상으로 투자가를 모집하는 행사가 종종 열리고 있습니다. 개인이 직접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 마디로 위험한 일입니다. 벤처 회사 대표들이 나와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 다 그럴 듯 해 보입니다. 이를 경쟁회사와 비교해 보고 각 분야 전문가 의견을 참조해야 실제 윤곽이 드러 납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특정 분야 수십개 회사중 가장 유망한 한 회사를 골라 투자합니다. 그렇게 해도 성공할 확률이 절반 이하입니다. 진주 고르기나 다름없습니다. 일반 개인 투자가들이 세일즈맨 말만 듣고 벤처회사에 투자해 성공할 확률은 100에 하나도 안됩니다.

-김사장은 맨 손으로 하이텍 회사를 세워 성공을 거두지 않았습니까.


▲지금 생각하면 무모할 정도로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운과 타이밍과 제품등 100가지가 모두 맞아 떨어져 가능했던 일입니다. 95년 회사를 차릴 당시만 해도 하이텍 업체가 많지 않아 유능한 인재를 끌어 모으기가 쉬웠고 경쟁도 덜했습니다. 요즘 같이 너도 나도 하이텍에 뛰어 드는 상황에서 성공하기란 그 때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주식의 장기 호황과 함께 주식에 투자하는 한인들도 많습니다. 하이텍 기업에 직접 돈을 대는 대신 주식을 사는 것은 어떻습니까.

▲마찬가지입니다. 브로커 역시 세일즈 맨입니다. 상장된 하이텍 업체가 어떤 회사고 그 분야에서 얼마나 확고한 위치에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도 하이텍 분야에 종사해 왔지만 통신쪽이 전문이고 바이오텍 쪽은 전혀 모르며 터치하지도 없습니다. 본인이 그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이 ‘아무개 주식을 사면 돈 번다더라’라는 막연한 소문만 듣고 투자하는 것은 돈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통신등 하이텍 산업이 활발히 일어 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하이텍 산업의 장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이 아시아에서 통신등 첨단분야가 발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와는 역사와 규모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회사는 많지만 그중에서 과연 세계 시장에 나와 경쟁할수 있는 제품이 얼마나 되느냐는 의문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5~10년후를 내다 보면 발전 가능성은 크다고 봅니다.

-한인들 가운데 인터넷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e 비즈니스의 향후 전망은 어떻습니까.

▲한때는 e 비즈니스가 기존 소매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동종 업종끼리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마진이 없고, 마진이 박한 상태에서 이익을 늘리려면 매출을 늘려야 하고, 그러자면 광고를 많이 해야 되는데 그러려면 경비가 많이 들고 해서 사실상 돈 벌기가 일반 소매점 보다 더 어려운 형편입니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가들의 열기가 식으면서 아마존과 e토이스 같은 인터넷 판매업체의 주식이 폭락하고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습니다.

-요즘 근무외 시간은 어떻게 보내십니까.

▲미국에 와 지난 25년간 일에만 시달렸기 때문에 이제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인 사회에서 장학사업등 뜻있는 일을 하는 단체에는 재정적 지원도 해주고...사업 때문에 세계 각국을 돌아 다녀 봤지만 한인들 살기에는 기후나 음식, 모든 면에서 LA만 한데가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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