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땅콩 위에 앉은 비행기

2000-07-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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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국락 <항공우주협회 회장>

1930년 12월 자전거 기술자였던 윌버와 오빌 라이트 형제가 노스캐롤라이나의 키티호크 해변에서 하늘을 날고 싶은 소망을 가진 인류에게 날개를 달아준 이후, 인류는 하늘과 더 나아가서 우주공간을 향해 끊임없이 날개를 치며 높이 날고 있다.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이후 거의 100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비행기를 사람의 손바닥과 심지어 땅콩 위에 착륙시킬 수 있는 테크놀러지를 갖게 되었다.

지난 1990년대 초부터 미국방연구소(DARPA)는 4년 동안 3,500만달러를 투자하여 길이가 6인치인 마이크로 비행기(micro air vehicle, MAV)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6그램 정도의 소형 모터를 이용해서 날아가는 마이크로 비행기의 실제 속도는 초속 30피트로, 이 속도는 올림픽 단거리 육상선수의 속도와 거의 비슷하다. 일단 생산가격이 저렴하고 소음이 없으며, 레이더와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 비밀작전 수행에 적합한 비행기다. 현재, 1대당 개발 가격은 5만달러 정도이지만, 앞으로 대량생산을 할 경우 5,000달러로 내릴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1대당 1,000달러로 내릴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마이크로 비행기에 장착된 소형 카메라 렌즈는 2.6mm이며, 300피트 상공에서 지상의 물체를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는 성능을 지녔다.

지금까지는 날개의 폭이 103피트나 되는 미국의 U2 스파이 비행기가 7만피트 고공에서 적의 활동을 감시하며 사진촬영을 했는데 반해, 마이크로 비행기는 기체에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하고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300피트 상공에서 적의 활동을 사진 찍어 아군에게로 전송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마이크로 비행기의 장점을 이용해서 현재 미해군은 적군의 레이더망을 교란시킬 목적으로 이와 비슷한 소형 비행기를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그리고 지난 99년 중국의 엔지니어들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헬리콥터를 만들어 땅콩 위에 착륙시켰다. 이 극소형 헬리콥터의 엔진은 6개의 기어를 이용하여 어떤 곳에든지 가볍게 착륙할 수 있게 하며, 최고 2만5,000rpm으로 일반 자동차 보다 5배나 빠른 속력을 낼 수 있다. 1대당 가격이 1만달러 정도라서 군사용이나 산업용에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한 예로,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협소한 건물의 틈 사이로 이 극소형 헬리콥터가 날아 들어가서, 자세한 사진을 찍어 건물의 상태를 조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더욱 흥미롭고 역사적인 사건이 미국의 유명 연구소들의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졌다. 그것은 다름 아닌 초미니 인공위성이다. 1957년 소련은 농구공 만한 크기의 스푸트니크 1호 인공위성을 발사하여 온 세상을 놀라게 했었다.

그러나 지난 2월8일 우주공간에서 지구로 첫 시그널을 보낸 두 개의 초미니 인공위성인 피코세트(Picosats)들에 비하면 스푸트니크 1호는 좀 과장해서 공룡만 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들 초미니 인공위성의 크기는 게임 카드 한벌이 들어가는 작은 상자만 하며 그 무게는 0.5파운드 정도 된다. 그리고 성능 면에서도 스푸트니크 1호보다 몇 배 앞선다.

캘리포니아의 엘세군도에 위치한 에어로 스페이스 회사와 미국방연구소가 공동으로 개발한 두 개의 미니 인공위성들은 우주공간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표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으로 만든 섬세한 줄로 연결되어 있으며, 전력은 AA 배터리가 전부이다. 이러한 초미니 인공위성의 개발은 곧 21세기 우주와 정보시대의 문을 여는 선구자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많은 항공우주 분야와 통신분야의 기업들이 값이 저렴하고 성능이 우수한 초미니 인공위성들을 대량 생산하여 우주공간으로 쏘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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