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용주도 지켜야할 도리가 있다

2000-07-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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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까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해고된 것이다. 법과 질서만 잘지키면 살기 좋다는 이 땅에서 아직 많은 것을 파악치 못한 새내기 이민자인 나는 LA에서 장사 잘되기로 소문난 B순두부에 웨이츄레스로 일하게 되었다.

수요가 많아서 인지, 아니면 고객을 위함인지 두달전 또하나의 분점을 열었다. 나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오픈점으로 옮겨와서보니, 상황이 한동안 너무나 열악했다.

수입도 줄고, 모자라는 인력난으로 휴일도 없이 매일 초과근무 했다. 처음엔 그에대한 댓가가 치뤄질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기대로 끝나버렸다. 적정선에서 잘려나간 임금을 받고 그만두고 싶어도, 생활이 걸려있고 또 새로운 직장을 구해 적응해야함이 싫어,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에도 길들여진 틀을 쉽게 깨지 못했다는거다.


차츰 장사도 잘되고, 모든게 익숙하게 되어 처음의 불협화음이 가라앉는데도 여건은 개선되지 못하고 입사이래로 항상 있었던 정당한 댓가 없는 초과근무는 우리가 피할수 없는 여러 방법으로 계속되었다.

마지막 근무가 되어버린 그날, 8시간을 준수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사항으로 고용주가 원하는 한시간 초과근무를 이행치 못했다는 이유로 근무하지 말라는 통보를 동료를 통해 들었다.

잘못한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notice 없이 당한 이 부당함에 내가 받은 상처는 결코 치유될수 없을 것 같다. 60년대도 아닌 세기를 넘긴 이 시대에 노동력 착취에 그렇게 당당할수 있을만큼 간 큰 고용주가 있다는걸 알리고 싶다.

노동자에겐 근로기준법이 있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모든걸 자로 잰듯, 명확히 구분지어 할수 없을때도 있기 마련이다. 동료들이 바쁘고, 어지러운 상황을 고려하여 때론 1시간정도 일을 더 도와줘도 마음이 기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걸 빌미로 업주가 당연시 초과근무를 강요하고 그에 대한 댓가도 없음은 부당하다.

사람은 얼마든지 구할수 있다는 생각, 강한자에게는 약하고 약한자에겐 더욱 강한 고용주의 태도. 스스로 하는 것과 시켜서 하는 것은 엄격한 차이가 있다. 고용주는 법을 지키지 않았을 뿐더러, 따뜻한 인간미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신문에 자신의 원대한 꿈을 얘기 했을때, 최소한 한솥밥을 먹는 종업원에게 존경받는 주인이 되고 싶은 꿈은 없었던 것일까. 구인란의 "오래 일할 사람, 식구같이 일하실 분" 이 부분을 보면 속이 쓰리고, 어디 식구 같이 오래 일하기 싫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

돈 몇푼으로 졸부가 된 사람에게 개탄 하노니, 고용주는 종업원을 대함에 있어 기본적인 도리를 지켜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지켜질 때까지 계속 투쟁할 것이다.

박정혜 LA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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